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이르면 28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를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두 정상의 회담이 성사된다면 젤렌스키 대통령이 직접 평화안을 작성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인 만큼 종전 논의에 진전이 있을지 주목된다.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포스트는 한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젤렌스키 대통령의 마러라고 방문이 이르면 28일에 이뤄질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성탄절 당일인 지난 25일 저녁 TV 연설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협상 대표단과 진정한 평화를 앞당길 방법을 논의했다며 협의에 진전이 있었다는 점을 시사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와 러시아·우크라이나간 전쟁 종식 방안에 관해 약 1시간 걸쳐 나눈 이야기를 상세히 공개했다. 그는 통화에서 유혈 사태를 막고자 필요한 대화의 형식, 방식, 시기를 철저히 검토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몇 가지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연말을 시한으로 설정한 가운데 더 이상 원론적인 이야기에 머물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우크라이나측 수석 협상대표인 루스템 우메로우는 25일 밤늦게까지 미국 협상단과 대화를 이어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일부 문서는 이미 준비돼 있고 어떤 문서는 완전히 준비가 돼 있다”며 “향후 몇 주 동안 집중적으로 협상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성탄절 외교 공세’의 핵심은 앞서 미국이 러시아 측과 논의했던 28개 조항 평화안에서 일부 내용을 축소한 것이다. 당초 28개 조항의 평화안에는 우크라이나 측이 러시아에 영토를 할양하고 우크라이나 군의 규모를 제한토록 요구하는 내용이 포함돼 주로 모스크바에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새로운 평화안에서는 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 지역에서 본 합의일 기준 병력 배치선이 사실상 접촉선으로 인정된다는 게 젤렌스키 대통령의 설명이다. 키이우포스는 이를 두고 “단순한 휴전 제안이 아닌 현재의 워싱턴 정치 지형 속에서 전후 우크라이나의 국가 체제를 전면적으로 재구성하려는 종합 구상”이라고 짚었다.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새로운 20개 조항 평화안 초안에서도 핵심적 영토 문제가 미해결인 상태라며 가장 민감한 이슈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키이우포스트는 “우크라이나는 더 이상 워싱턴이나 브뤼셀에서 평화 구상이 나오기만을 기다리지 않는다”며 “스스로 평화안을 작성해 서명 가능한 로드맵을 트럼프 행정부에 직접 전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