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에서 전세로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부동산 중개업소를 몇 차례 방문했다. 그는 “월세를 오래 내는 것보다 내 집을 마련하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시세를 확인하려고 나왔다고 한다.
A씨는 “집값이 계속 오른다는 건 알겠는데, 지금 사는 게 유리한지, 조금 더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전세 살면서 계속 가격만 보는 것도 지친다”라고 토로했다.
A씨처럼 매수를 고민하는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최근 집값 흐름은 혼란스럽다. 매매·전세 가격이 각각 17주·41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관망세 속 불안과 기대가 교차하는 심리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26일 KB부동산이 발표한 ‘주간 KB아파트시장동향’에 따르면 12월 22일 조사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6% 상승했다. 전국 아파트값은 17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으며, 상승폭은 4주째 같은 수준이다. 전세가격 역시 0.09% 올라 41주 연속 상승했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은 0.10% 상승했다. 서울은 0.21% 오르며 최근 3주간 이어졌던 상승률 둔화 흐름을 멈추고 다시 오름폭을 키웠다. 경기는 0.07% 상승했고 인천은 0.00%로 2주 연속 보합권에 머물렀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47주 연속 상승이다. 서대문구(0.39%) 서초구(0.38%) 동작구(0.32%) 성북구(0.29%) 성동구(0.28%) 등이 상승을 주도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보합이나 하락을 기록한 곳은 없었다.
KB부동산은 “서대문구는 신축과 역세권 구축 아파트 위주로 실수요가 꾸준히 이어졌고, 서초구는 재건축 추진 단지와 신축 대단지를 중심으로 강세가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경기 아파트 매매가격은 0.07% 올라 19주 연속 상승했다. 성남시 분당구(0.51%)는 전주보다 오름폭이 커지며 전국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고 광명시(0.42%), 하남시(0.35%), 용인시 수지구(0.29%) 등도 상승폭이 컸다. 반면 파주시 이천시 부천 오정구 등은 하락했다.
지방의 경우 5개 광역시는 0.01% 상승하며 7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지만 지역별 차별화가 뚜렷했다. 울산과 부산 대구는 상승한 반면 광주는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전세시장은 매매보다 상승 흐름이 더 분명하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0.13% 올라 45주 연속 상승했다. 양천구(0.35%) 강남구(0.31%) 성북구(0.28%) 강동구(0.28%) 등이 강세를 보였다.
양천구의 경우 기존 전세계약 갱신이 늘면서 신규 전세 매물이 부족한 가운데 겨울방학 학군 수요까지 겹치며 가격이 높아도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기 전세가격도 0.09% 상승해 47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용인 처인구와 수지구, 성남 중원·수정구 등은 전세 매물 부족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 매수우위지수는 80.1로 전주 대비 3.6포인트 상승했다. 강북 14개구와 강남 11개구 모두 지수가 올랐지만 기준선인 100에는 한참 못 미친다. 매수 문의는 늘었지만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는 데에는 여전히 신중함이 크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이후 관망세가 짙은 가운데, 서울을 중심으로 가격이 더 크게 조정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전세가격 상승이 이어지는 만큼 실수요자들의 매수 고민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