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은 많은 가정에서 냉장고 문에 있는 전용 트레이에 보관된다. 꺼내기 쉽고 늘 그 자리에 있다는 이유로 별다른 의심 없이 굳어진 생활 습관이다.
그러나 최근 달걀을 냉장고 문에 보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전문가 의견이 잇따르며, 익숙한 상식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왜 냉장고 ‘문(門)’이 문제인가
27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달걀을 0~10도의 냉장 환경에서 보관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기준을 더 엄격히 적용해 4도 이하 냉장 보관을 규정한다.
이는 유통 과정에서 달걀이 세척되며 껍질 표면의 보호막이 제거되고, 이로 인해 살모넬라균 등 병원성 미생물에 취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4도 이하에서는 살모넬라균 증식이 99% 이상 억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냉장 보관 자체가 아닌 어디에 두느냐다.
냉장고 문은 구조적으로 외부 공기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공간이다.
문을 열고 닫는 순간마다 온도가 급격히 변하고, 내부 식품은 짧은 시간 안에 냉기와 상온을 반복적으로 오가게 된다. 달걀처럼 온도 변화에 민감한 식품에는 치명적인 조건이다.
◆“신선도, 맛 동반 하락…제조사 ‘트레이’도 정답 아냐”
식품안전 전문가들은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지 않으면 달걀의 표면에 응축 수분이 생긴다”며 “이는 박테리아 증식에 유리한 환경을 만든다”고 경고한다.
특히 냉장고 문 보관은 달걀의 온도를 최적 범위인 4도에서 벗어나게 만들어 살모넬라균 노출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위생 문제만이 아니다.
달걀은 껍질에 미세한 구멍이 있는 다공질 구조로, 주변 냄새를 쉽게 흡수한다.
김치, 반찬, 남은 음식이 가득한 냉장고 문 주변 환경은 달걀의 풍미를 해치기 쉽다.
영양 전문가들은 “보관 위치에 따라 달걀의 맛과 조리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며 “원래 포장된 종이 상자에 담아 냉장고 안쪽 선반에 두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조언한다.
왜 냉장고 문에는 달걀 트레이가 있을까.
가전 전문가들은 이를 편의성 중심 설계로 본다. 자주 꺼내 쓰는 식품을 빠르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일 뿐, 식품별 최적 보관 환경을 고려한 배치는 아니라는 것이다.
“트레이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가장 안전한 장소라고 믿는 것은 생활 속 오해에 가깝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 “달걀 보관의 핵심은 ‘차갑게’가 아닌 ‘안정적으로’”
전문가들의 공통된 결론은 분명하다.
달걀 보관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단순히 온도를 낮추는 것이 아닌 온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냉장고 문보다는 내부 깊숙한 선반, 온도 변화가 적은 공간이 훨씬 안전하다.
사소해 보이는 보관 위치 하나가 식중독 예방과 직결될 수 있다.
당연하게 여겨온 냉장고 문 속 달걀 트레이를 다시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
달걀 하나를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는, 결국 가족의 식탁 안전을 지키는 생활 위생의 문제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