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유엔 회원국으로는 처음 아프리카 소말릴란드를 정식 국가로 승인한 가운데 미국도 뒤를 따를 것인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소말릴란드는 대표적 반미 국가인 이란에 동조하는 예멘 후티 반군을 견제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에 자리잡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미 행정부가 소말릴란드를 독립국으로 인정할 것’이란 전망이 끊이지 않았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6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을 통해 이날 이스라엘 정부가 소말릴란드를 독립적인 주권 국가로 공식 인정한 사실을 알렸다. 네타냐후는 “압디라흐만 모하메드 압둘라히 소말릴란드 대통령에게 축하 인사를 전했다”며 “지역의 안정과 평화 증진을 위한 대통령님의 지도력과 헌신에 찬사를 보냈다”고 밝혔다. 이날 부로 이스라엘과 소말릴란드 간에 외교 관계가 수립된 만큼 네타냐후는 압둘라히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도 초청했다.
소말릴란드는 과거 소말리아의 일부였으나 부족 갈등에서 비롯한 내전 끝에 1991년 독립을 선언했다. 30년 넘게 안정적인 민주 정부가 운영되고 있으나 정작 소말릴란드를 정식 국가로 인정한 나라는 없다. ‘하나의 중국’ 원칙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정식 국가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외교적으로 고립된 대만 정도가 소말릴란드에 대표부를 설치하고 서로 교류할 뿐이다.
소말릴란드는 인구의 99%가 이슬람교를 믿는다. 이런 나라가 유대인의 국가 이스라엘과 수교했다는 것 자체가 놀랄 만한 일이다. 네타냐후도 이 점을 의식한 듯 “양국의 국교 수립은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으로 체결된 아브라함 협정의 정신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인 2020년 9월 성사된 아브라함 협정은 미국의 중재 아래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 또 이스라엘과 바레인 간에 정식 외교 관계를 수립한 것이 핵심이다. 트럼프는 ‘유대인과 무슬림 사이의 역사적 화해’라는 식으로 커다란 의미를 부여했다.
이스라엘·소말릴란드 수교 발표가 이뤄진 당일 트럼프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가 앞으로 며칠 안에 미국을 방문해 나와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네타냐후가 트럼프의 주도로 체결된 아브라함 협정에 찬사를 보낸 직후 트럼프가 네타냐후를 백악관으로 초청한 사실을 공개한 점이 의미심장해 보인다.
외신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직후부터 미국이 소말릴란드를 독립국으로 승인하고 외교 관계를 맺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소말릴란드 국토가 친(親)이란 세력인 후티 반군을 견제하기에 썩 좋은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소말릴란드의 항구 도시를 미군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얻거나 그곳에 아예 미군 기지를 건설하는 경우 장기적으로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 크게 부합한다. 일각에선 미국·이스라엘 정상회담 도중 네타냐후의 중재로 미국과 소말릴란드 간에 ‘깜짝’ 수교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