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장바구니의 풍경이 바뀌고 있다. ‘완전식품’ 대명사이자 아이들의 영양을 책임지던 흰 우유 위상이 흔들리는 사이 빈자리를 ‘요구르트’라 불리는 발효유 제품군이 무서운 기세로 파고들고 있다. 유행의 변화가 아니라 저출생이라는 인구 구조적 위기와 건강을 대하는 현대인의 라이프 스타일 변화가 맞물려 만들어낸 산업적 변곡점으로 해석된다.
28일 이마트가 집계한 올해 1~11월 누계 매출 순위에서 우유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계단 하락한 9위에 머물렀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줄곧 5위를 지키며 장바구니 필수 품목으로 군림하던 시절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수치다.
우유 매출 하락의 근본 원인으로는 저출생에 따른 ‘학령기 인구 감소’가 꼽힌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유의 핵심 소비층인 국내 10대 인구는 2015년 약 570만명에서 올해 450만명 수준으로 줄었다. 과거 유업계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학교 급식 시장이 학생 수 감소로 위축되면서 흰 우유는 갈 곳을 잃었고, ‘성장을 위해 마시는 우유’라는 마케팅 공식도 크게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셈이다.
우유가 뒷걸음질 치는 동안 요구르트는 매출 10위에 이름을 올리며 이마트가 품목별 매출 순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9년 이후 처음으로 새로운 주인공으로 급부상했다. 일반 대중에게 요구르트는 흔히 작은 플라스틱병의 살구색 액상 음료로 인식되지만, 산업계와 유통가에서는 액상 음료에 더해 떠먹는 형태의 ‘요거트’도 포함한다. 같은 맥락에서 이마트 데이터에서 우유와의 매출 비교 대상이 되는 요구르트는 발효유 전체를 아우르는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수년간 우유와 요구르트의 합산 매출을 100으로 놓았을 때 구성비 격차도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매출 구성비 차이는 2022년 우유 55.7%, 요구르트 44.3%로 11.4%포인트(p)에서 올해 1.8%포인트(우유 50.9%·요구르트 49.1%)로 줄어들어 3년 만에 두 품목이 사실상 대등한 수준에 근접했다.
우유를 위협할 만큼의 요구르트 매출 성장은 전통적인 액상 요구르트의 꾸준한 수요에 ‘프리미엄 요거트’ 시장이 더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20·30 세대를 중심으로 불고 있는 ‘그릭 요거트’ 열풍 등이 요구르트 카테고리의 체급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 식사 후 입가심으로 마시던 작은 음료에서 이제는 한 끼를 온전히 대신하는 ‘대용식’으로의 위상 격상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유제품 소비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품목별 매출 구조에도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소비자 라이프 스타일 변화에 맞춰 상품 구성과 진열 전략을 지속적으로 조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시장 변화에 대응해 기업들은 우유 의존도를 낮추고 발효유와 건강기능식품으로 사업의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매일유업은 당을 낮춘 대용량 요거트를 선보이고 있으며, 일동후디스도 ‘후디스 그릭 요거트’ 등을 출시해 전 세대를 아우르는 종합 건강기능식품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앞으로는 단순한 유산균 섭취를 넘어 미용, 수면, 근력 증진 등 특정 기능성을 극대화한 프리미엄 요거트 시장이 유제품 카테고리의 전체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