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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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눈덩이 의혹’ 김병기, 더는 버틸 명분이 없다

입력 : 2025-12-28 23:02:30
수정 : 2025-12-28 23: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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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좌진 사적으로 동원한 갑질 정황도
차기 원내대표 선거 움직임까지 감지
與 원내사령탑부터 내려놓는 게 순리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를 둘러싼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그간 대한항공 호텔 숙박권 수수 및 가족 상대 특혜성 의전 제공 논의 정황, 의료대란 당시 가족의 지역구(서울 동작구) 병원 진료 특혜 요구, 아내의 지역구 업무추진비 사적 유용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됐다. 또 보좌진에게 국가정보원에 다니는 장남 업무를 떠넘기고, 차남의 예비군 훈련 연기를 도와주라고 지시했다는 갑질 의혹까지 어느 것 하나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앞서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 중엔 장남의 국정원 채용 청탁 의혹이 불거졌다. 차남의 대학 특혜 편입 의혹과 더불어 보좌진과 구의원을 사적으로 동원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는데, 김 원내대표는 정정·반론보도 소송과 더불어 손해배상 10억원 요구로 대응한 바 있다.

김 원내대표는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도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오히려 제보자로 전직 보좌직원들을 지목하고 이들을 비난하는 데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지난 2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전직 보좌진의 단체 대화방을 공개하고 “내란을 희화화하고, 여성 구의원을 도촬하여 성희롱하고,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말로 저와 가족을 난도질했다”며 피해자를 자처했다. 이에 전직 보좌진도 단체 대화방 내용에 대해 “대부분 업무, 김 원내대표와 그 부인의 비리와 권한남용에 (대한) 규탄”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계엄 다음날 김 원내대표와 여성 구의원이 한수원 건설본부장을 불러 불법청탁하는 장면도 목도했다”고 했다. 전직 보좌진과 시민단체가 김 원내대표를 고소·고발한 만큼 이번에 쏟아진 의혹은 앞으로 경찰 수사를 통해 시비가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김 원내대표가 집권여당 원내 사령탑으로 제대로 리더십을 발휘할지 의문이다. 이미 당 내부 기류가 심상치 않다. 정청래 대표가 “매우 심각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우려를 드러냈고, 벌써 차기 원내대표 선거를 염두에 두고 중진 의원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야당은 “의원직을 내놓아도 모자랄 판”이라고 연일 맹공이어서 그가 버티면 버틸수록 정치적 부담만 가중될 뿐이다.

그간 김 원내대표는 “낮은 자세로 성찰하면서 일하겠다”며 사퇴에 선을 그었다. 하지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혹 앞에서 더는 버틸 명분이 없다. 그는 금명간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는데, 구차한 변명보다는 원내대표부터 내려놓는 게 순리다. 그게 민주당과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