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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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자산이 대세”… 금·은·달러 쓸어담은 개미들

입력 : 2025-12-28 20:12:39
수정 : 2025-12-28 20: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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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가 행진·불확실성에 수요 몰려

5대은행, 올 골드바·금 통장 ‘최대 기록’
실버바 판매 금액 작년보다 38배 많아
달러 예금 잔액도 127억弗… 9억弗 증가
美 금리인하 기조·은 가격 변동성 커
전문가들 “공격적 매수 전략 신중해야”

올 한 해 개인 투자자들이 금·은·달러 등 안전자산을 ‘역대급’ 규모로 쓸어담았다. 부동산, 주식 등 대부분 자산가격이 오른 가운데 미국발 관세 파동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이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이 영향을 미쳤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올해 들어 지난 24일까지 판매된 골드바는 6779억원어치에 달했다. 이는 통계가 존재하는 2020년 이후 가장 많으며 지난해 연간 판매액(1654억원)의 4배를 웃도는 규모다.

28일 서울의 한 금은방에서 금제품과 실버바가 진열되어 있다. 뉴시스

골드바뿐 아니라 실버바까지 인기가 급증했다. 실버바를 취급하지 않는 하나은행을 뺀 나머지 4대 은행의 올해 실버바 판매 금액은 306억8000만원으로 은행권 시계열상 가장 많았다. 이는 지난해(7억9900만원)의 38배에 이른다.

금을 예금처럼 저축하는 골드뱅킹 실적도 올해 기록을 새로 썼다. 신한은행 ‘골드리슈’ 상품은 지난 24일 기준 18만7859개 계좌에 1조2979억원어치 잔액이 예치됐다. 계좌 수와 잔액 모두 신한은행이 2003년 이 상품을 내놓은 이래 가장 많다.

올해 들어 국제 금값은 약 70%, 은값은 150% 이상 폭등하면서 전 세계에서 귀금속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제 금값은 27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기준 온스당 4562.0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최고가 행진을 이어갔다. 은값은 3월 인도분 기준 온스당 79.68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마찬가지로 최고가를 경신했다. 전날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은값 폭등은 산업적 수요도 있지만 여기에 개인투자자들의 ‘투기적 수요’가 더해지며 촉발됐다고 분석했다.

원·달러 환율이 연중 내내 1400원대를 웃돌면서 달러도 대체 투자 대상으로 주목받았다. 5대 은행의 개인 달러 예금 잔액은 지난 24일 127억3000만달러에 이르며 지난해 말보다 9억1700만달러 증가했다. 이는 2021년 말(146억5300만달러) 이후 4년 만에 최대 기록이다.

같은 날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으로 원·달러 환율이 30원 이상 급락하자 서울 강남 지역 하나은행 지점 한 곳에서는 달러를 사려는 개인투자자들의 환전 수요가 몰리며 100달러짜리 지폐가 소진되기도 했다.

이날 실제로 대부분의 은행에서 원화를 달러로 바꾸는 환전이 급증했다. A은행에서는 당일 7295건, 1400만달러어치의 달러 환전이 이뤄졌는데, 전날인 23일(3630건·600만달러)과 비교해 하루 사이 수요가 두 배로 치솟았다. B은행에서도 1531만달러에 해당하는 6768건의 환전이 이뤄졌다. 이는 전일 환전액(563만달러)의 약 3배에 이른다.

다만 전문가들은 새해에도 달러를 공격적으로 사들이는 전략에 대해서는 신중할 것을 권했다. 앞으로 한국 정부의 환율 관리 및 미국의 금리 인하 기조로 인해 원·달러 환율은 하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대외적으로 달러가 약세를 보이고, 정부의 강한 환율 안정 의지 등이 동반되며 연말까지 환율이 1450원을 하회하고 안착한다면 연초 이후에는 환율 레인지가 한 단계 낮아진 1400∼1450원으로 회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은과 관련해서 이흥두 KB국민은행 서울숲PB센터장은 “미국의 금리 인하 기조가 유지될 경우 지금보다 높은 가격이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며 “다만 금과 비교해 은의 경우 거래량이 상대적으로 적고 가격 변동성이 크다는 점에서 차익 매물이나 가격 조정에 더 신경을 써서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