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로서 김정은, 김여정 역할 증가’, ‘핵보유의 기정 사실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올해 북한이 미국을 향해 내놓은 메시지의 주요한 특징이다. 트럼프 1기 정부가 출범한 2017년의 메시지와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메시지 비중이 크게 늘었고, 두 사람만이 ‘핵보유국 북한’을 전제로 한 대화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28일 세계일보가 통일부 북한정보포털과 북한 조선중앙통신, 노동신문 보도를 분석한 결과에서 따르면 올해 1월20일∼11월30일 북한의 대미 메시지는 58건이었다. 2017년 같은 기간 245건에 비하면 크게 줄었다. 내용을 보면 한·미, 한·미·일의 연합훈련과 군사동맹, 항공모함 등 미국 전략자산 전개 비난, 비핵화 불가 방침 등 군사적 내용이 45건(77.5%)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2017년과 비교할 때 특히 눈길을 끄는 건 북한 정권의 최고 정점에 있는 김 위원장(5건)과 김 부부장(4건)이 메신저로 나서 미국을 직접 상대하는 횟수가 늘었다는 점이다. 2017년에는 김 위원장이 미국의 전략자산 배치를 비판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김 위원장을 ‘로켓맨’이라고 조롱한 것에 대응한 두 번이 전부였다. 두 사람의 메시지는 대체로 한·미 연합훈련, 미국의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직후에 나왔다. 미국의 군사적 움직임을 얼마나 엄중하고 민감하게 인식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 김 부부장의 대미 메시지가 증가한 것에 대해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의 군사적 압박이 강했던 2017년에 비해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의지를 보이는 올해는 김 위원장이 메시지를 내는 데 부담이 덜하다”고 분석했다.
핵무기와 관련된 내용에도 변화가 보인다. 2017년에 대미 메시지에서 핵무기는 미국의 강한 압박에 대응한 군사적 자구책 같은 의미가 강했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에서 리용호 당시 외무상이 “미국의 적대시정책과 핵위협이 청산되지 않는 한 핵무력 강화의 길에서 단 한치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올해 북한에게 핵무기는 정권의 정체성인 동시에 대미 전략의 전제였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월 연설 중 “핵무력은 신성한 자위권의 보루”라고 강조했다.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도 핵보유국 인정을 전제로 김 위원장, 김 부부장을 통해 각 1차례씩 언급됐다. 김 위원장은 지난 9월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면 미국과 마주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고, 김 부부장은 지난 7월 “핵을 보유한 두 국가가 대결적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서로 이롭지 않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