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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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기운 병오년, 서로의 마음 덥히는 한 해 되길”

입력 : 2025-12-29 20:30:00
수정 : 2025-12-29 19:5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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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종단 신년 메시지

조계종, 새해 맞이 108배 봉행
천주교 “조화로운 사회 거듭나길”
한교총 “분열 넘어 화목의 길로”
원불교 “평등세상 함께 만들자”

병오년(丙午年) 새해를 사흘 앞둔 29일 각 종단은 평안한 한 해를 기원하는 신년사를 내놨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이날 신년사를 통해 “분노의 불은 내려놓고 지혜와 자비의 불을 밝혀 서로의 마음을 덥히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진우스님은 “병오년 새해는 불의 기운을 지닌 해이지만 그 불은 서로를 태우는 불이 아니라 어둠을 밝히고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불”이 돼야 한다며 이같이 기원했다. 진우스님은 “모든 혼란의 시작은 밖이 아니라 마음에 있다. 마음이 급해질수록 말은 거칠어지고 집착이 깊어질수록 갈등은 커진다”며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서로를 향한 비난보다 잠시 맞추어 마음을 돌아보는 여유”라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진우스님, 정순택 대주교, 김정석 목사, 왕산 성도종 종법사

진우스님은 새해 첫날인 1일 아침 서울 강남 봉은사 법왕루에서 빈곤과 차별 없는 평등 세상, 안전하고 평안한 세상을 기원하는 새해맞이 108배 기도를 봉행한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정부가 지속가능한 발전과 조화로운 사회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굳건히 나아가길 진심으로 기도한다”는 신년 메시지를 이날 발표했다. 정 대주교는 “지난 한 해 커다란 혼란을 극복하고 새 정부를 수립하는 과정에서 온 세계가 감탄한 성숙한 민주주의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는 국민 모두가 보여준 책임 있는 행동과 참여의 결실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교회는 그리스도의 빛을 비추는 공동체로서 언제나 국민의 기쁨과 고통을 함께해 왔다”며 “2026년 한 해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충만히 내리기를” 기원했다.

개신교 연합기관인 한국교회총연합은 29일 김정석 대표회장과 김동기·홍사진·정정인 공동대표회장 명의 신년 메시지를 통해 “갈등과 분열을 넘어 화목의 길로 가야 한다”며 “세상이 혼돈에 빠질수록 우리는 영원한 진리의 빛을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교총은 “오늘날 우리 사회는 급변하는 국제 정세와 복합적인 위기 속에서 이기주의와 극단적인 대립의 위협을 받고 있다”며 “세상이 혼돈에 빠질수록 이 땅의 모든 교회가 시대적 성찰과 공동체적 책임을 다하는 희망의 공동체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외적으로 갈등과 분열의 골이 깊어지는 이 시기에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해 세상을 화목하게 하는 거룩한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며 “비난보다는 격려를, 정죄보다는 사랑을 택하며 아름답고 선한 가치를 증명하는 한국교회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강조했다.

원불교 최고 지도자 왕산 성도종 종법사도 새해를 앞두고 “은혜로운 평등세상을 함께 만들자”고 강조했다. 왕산 종법사는 신년사를 통해 “초고속 인공지능 시대에 접어들면서 개인·사회·국가 간 불평등과 양극화가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며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원불교 개조 소태산 대종사의 경책을 새겨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환경을 탓하거나 남을 원망하지 않고 마음을 다스려 제자리를 지키는 사람, 그 사람이 곧 평등 세상의 주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