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오년(丙午年) ‘붉은 말’의 해를 맞아 경제계 수장들이 신년사를 통해 2026년은 생존을 넘어 재도약을 위한 ‘골든타임’이자 대전환점이 되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지난해 한국 경제가 미국발 관세 폭탄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 거센 외풍에도 수출 7000억달러 돌파 등 성과를 거둔 것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저성장의 그늘과 중국과의 기술 역전, 고환율 등 거센 파고를 넘기 위한 비장함을 견지했다.
경제계 수장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한 해법은 ‘인공지능(AI) 기반의 산업 대전환’과 ‘과감한 구조개혁’이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AI와 디지털 전환, 그린 트랜스포메이션(GX)은 우리 경제의 중장기적 경쟁력을 좌우할 성장의 기회”라며 이를 위한 대규모 투자의 실행력을 주문했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은 “AI와 모빌리티 혁명 등이 산업구조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며 “이제는 ‘뉴 K인더스트리’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태수 GS그룹 회장도 이날 신년사에서 새해를 ‘AI 비즈니스 임팩트’를 본격 가시화하는 원년으로 삼겠다며 “우리가 축적해 온 현장 중심의 도메인 지식과 ‘피지컬 AI’를 결합하고, 외부 기술 기업과의 과감한 파트너십을 통해 비즈니스 임팩트를 보여달라”고 구성원들에게 주문했다.
경제단체 수장들은 기업하기 좋고, 투자하기 좋은 나라가 되도록 민간의 역동성과 함께 정부 지원 및 제도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도 호소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경직된 노동시장 규제를 해소하고 임금체계를 직무·성과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통상·신산업·신시장’을 핵심 키워드로 제시한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보호무역 장벽이 높아지는 통상 환경 속에서 AI 기반 수출 지원 인프라를 고도화하고, 바이오·방산 등 신산업 분야의 글로벌 진출에 무협이 앞장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소상공인이 소기업으로, 소기업이 중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복원해야 한다”며 스스로 멈추지 않고 노력한다는 ‘자강불식(自强不息)’의 자세를 제시했다.
한편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톱(Top)의 본성 회복’을 주문하며 강도 높은 쇄신을 예고했다. 정 회장은 신년사에서 “기존 전략을 개선하는 수준이 아니라 룰을 새로 세우는 ‘패러다임 시프트’가 필요하다”며 “2026년은 다시 성장하여 높이 날아오르는 해”로 규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