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발탁하며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이재명표 경제철학’을 재정 정책과 예산으로 구현할 핵심 경제부처 수장에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보수 인사를 지명하는 파격에 정치권 안팎이 놀란 것도 당연하다. 이 대통령 인사 철학의 양대 원칙인 통합과 실용을 실천한 결과라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연임처럼 정파·진영을 초월한 등용이라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나 경계할 대목도 적지 않다.
이 후보자가 누구인가. 서울의 보수 중심 서초갑에서 보수 정당의 3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과거 이 대통령의 핵심 정책인 기본소득에 반대하고, 한때 ‘윤석열 어게인’에 호응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현 정부와 화학적 융합이 가능할지 우려가 나온다. 이 후보자에 대한 이 대통령의 명확한 내란 단절 의사 표명 요구나, 여권의 사과 요구도 이런 기류를 반영한다. 격앙된 국민의힘이 즉각 이 후보자를 제명 조치했다는 점에선 정부·여당과 야당의 협치는 오히려 더욱 어려워졌다. 특히 중도보수로 분류되는 부산 출신 김성식 전 의원의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장관급) 임명 등과 함께 내년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권을 각개격파하려는 정치적 의도라면 민심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에게 ‘유다’, ‘김중배의 반지’ 운운하며 배신자 몰이를 하는 것은 과도하다. 이 후보자의 행보와 관련해 같은 보수 정파인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의 “보수는 닫혀가고, 더불어민주당은 열려가고 있다”, “보수 진영이 국민께 매력적인 비전과 담론을 제시해 희망을 드려야 할 때”라는 지적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민의힘이 보여준 퇴행적 행보로는 건전한 상식의 국민 다수 지지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이 여론 흐름이다. 보수 혁신 없이는 미래가 없다.
이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 과정은 여야 강경파의 십자포화로 난관이 예상된다. 이 후보자는 어제 임시 사무실에 출근하며 “우리 경제가 단기적으론 퍼펙트 스톰 상태”라며 “불필요한 지출을 찾아내 없애고 민생과 성장에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식 임명되면 경제·예산 전문성을 살려 정부 안의 야당 역할을 하는 국무위원이 되기 바란다. 오로지 경제성장과 민생 회복에 역량을 발휘하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통합·실용 인사와 본인의 입각(入閣) 의미를 스스로 증명하는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