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의 비리 의혹을 수사한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어제 180일 동안의 활동을 마치고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김씨를 비롯해 총 76명이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특검팀은 “대통령 배우자가 국민의 눈길이 미치지 않는 장막 뒤에서 불법적으로 국정에 개입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일갈했다. 특검팀에 따르면 김씨는 영부인 신분을 이용해 고위 공직자 인선은 물론 국민의힘의 각종 선거 후보자 공천까지 폭넓게 개입했다고 하니 나라 망신이 아닐 수 없다. 오죽하면 전직 대통령 부부를 ‘정치 공동체’라고 규정했겠는가.
특검 수사 결과에서 특히 충격적인 대목은 김씨가 역사책에서나 볼 법한 ‘매관매직’ 행각을 벌였다는 점이다. 각종 인사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받아 챙긴 금품이 3억7725만원에 이른다니,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다. 김씨 측은 혐의를 완강히 부인해 향후 재판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으나, 대통령 부인이 남편의 권력을 등에 업고 호가호위를 일삼은 사실은 부정하기 어려워 보인다. 역대 대통령 배우자들 가운데 임기 동안 사익을 챙긴 이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소돼 법정에 서는 인물은 김씨가 처음이니 부끄러워해야 마땅한 일이다.
현대판 매관매직을 단죄한 성과와 별개로 특검팀은 여러 한계도 드러냈다. 양평 고속도로 노선을 김씨 가족에게 유리하게 변경하려 했다는 의혹이 대표적이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 또는 김씨의 부당한 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의심하고 수사력을 집중했으나 끝내 규명에 실패했다. 또 민 특검은 수사 기간 내내 국민의힘 소속 인사들에게는 엄격했지만 더불어민주당 쪽에는 관대한 태도를 보여 ‘불공정·편파 수사’ 논란에 휩싸였다. 결국 직무유기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를 받는 처지가 됐으니 자업자득이 아니겠는가.
더불어민주당은 이른바 3대(내란·김건희·해병) 특검 수사의 미진한 부분들을 모아서 ‘2차 종합 특검’을 실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 이른바 ‘내란 몰이’와 ‘특검 정국’을 이어가려는 의도로 비칠 수밖에 없다. “특검에 중독됐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기 어렵다. 이번 김씨 사건은 대통령 가족, 친인척 및 측근들의 비위를 감시하는 특별감찰관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 여실히 보여줬다. 청와대와 여당은 2차 특검 논의에 매몰되기에 앞서 현재 공석인 특별감찰관의 조속한 임명이 먼저라는 점을 직시하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