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 ‘움직이지 않는 일상’이 고착화되고 있다.
신체 활동 부족이 만성 염증을 키우고, 당뇨·심혈관질환·암 위험까지 높인다는 경고가 잇따르지만, 실제 생활은 세계 평균보다 더 정체돼 있다.
◆앉아 있는 시간이 너무 길다
3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세계보건기구(WHO) 신체 활동 권장치 미달률은 52.1%에 달한다. 세계 평균(약 40%)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절반 이상의 성인이 건강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움직임조차 채우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WHO는 주당 중강도 신체 활동 150분 이상, 또는 고강도 활동 75분 이상을 권고한다.
△빠르게 걷기 △가벼운 등산 △집안 청소 △저속 자전거 타기처럼 일상 속 움직임도 충분히 포함된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이런 ‘생활형 활동’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을 “지나치게 오래 앉아 있는 사회”라고 진단한다.
승강기와 배달 문화, 장시간 스마트폰 사용, 사무직 중심의 노동 환경이 신체 활동을 구조적으로 줄였다는 분석이다.
◆여성·고령층에서 더 두드러진 ‘활동 저하’
문제는 운동을 특별한 시간에만 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문화다.
따로 시간을 내 헬스장에 가지 않으면 운동을 안 한 것으로 여기다 보니, 일상 속 움직임은 건강관리에서 배제된다. 그 사이 앉아 있는 시간은 계속 늘어났다.
신체 활동 부족은 특정 계층에서 더 심각하다.
여성의 경우 가사·돌봄 노동이 신체 활동으로 인식되지 않는 문화적 요인이 작용한다.
실제로는 하루 종일 움직이지만, 건강을 위한 ‘운동’으로는 평가받지 못한다.
고령층은 더 취약하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량이 빠르게 줄어든다. 이 시기에 활동량까지 감소하면 건강 격차는 급격히 커진다.
◆과식과 운동 부족이 만나면 위험은 배가된다
전문가들은 “60대 이후에는 운동량보다 계속 움직이는 습관이 훨씬 중요하다”며 격한 운동보다 안전한 일상 활동의 지속을 강조한다.
신체 활동 부족의 가장 큰 문제는 과식과 결합될 때 나타난다. 먹는 에너지는 늘고, 쓰는 에너지는 줄어들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췌장과 혈관이 떠안는다.
운동이 부족한 상태에서의 과식은 ‘혈당 스파이크’를 반복적으로 만든다. 이는 당뇨병과 대사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는 게 중론이다.
비만 역시 단순한 체형 문제가 아니다. 몸속에서 염증 반응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야식 후 바로 잠드는 습관은 췌장을 쉬지 못하게 하는 ‘최악의 패턴’으로 꼽힌다.
◆당뇨·암·치매까지…공통 위험 요인은 ‘움직임 부족’
WHO는 권고 수준에 못 미치는 신체 활동이 심장병·뇌졸중 같은 심뇌혈관질환, 당뇨병, 치매, 유방암·결장암 위험을 높인다고 명확히 경고한다.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염증이 꺼질 기회를 잃고, 혈당과 지방 대사가 계속 흔들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혈당 관리의 기본은 약보다 먼저 생활습관”이라며 “운동은 염증을 줄이는 가장 값싸고 확실한 방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전문가들 “해법은 거창하지 않다”…‘식후 10분’부터
해결책은 의외로 단순하다. 과격한 운동보다 산책 수준의 가벼운 움직임이 오히려 효과적이다.
식후 10~15분만 걸어도 혈당 반응은 눈에 띄게 달라진다.
직장인이라면 점심 식사 후 승강기 대신 계단을 이용하는 것만으로도 탄수화물 섭취로 치솟는 혈당을 낮출 수 있다.
식습관도 함께 바꿔야 한다. 탄수화물을 무작정 줄이기보다 채소와 식이섬유를 곁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정제된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는 염증을 키우지만, 잡곡과 채소는 혈당 급상승을 막는 ‘천연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
전문가들은 “몸은 쓰라고 있는 장기”라는 메시지를 반복해서 강조한다.
잘 먹는 것만큼, 잘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 하루 종일 가만히 있는 생활은 그 자체로 염증을 쌓는 과정이다.
운동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건강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생존 전략’이라는 경고가 한국 사회를 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