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소비자들은 어김없이 ‘띠 마케팅’이라는 익숙한 풍경을 마주한다. 육십갑자를 활용한 전통 연도 표기법을 마케팅 전면에 내세운 기업들은 제품에 십이지신 캐릭터를 덧입히고, 한자가 지닌 의미를 제품의 가치와 연결하는 데 분주하다. 지난해 청룡과 올해 푸른 뱀에 이어 새해의 주인공은 강렬한 에너지의 ‘붉은 말’이다. 이처럼 매년 반복되는 띠 마케팅 이면에는 기업들의 치밀한 경영 전략이 숨어 있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띠 마케팅에 가장 적극적인 분야는 식품업계다. 장기 불황 속에서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서는 단순한 맛을 넘어선 특별한 의미가 필요해서다. 십이지신은 행운과 복, 올해의 주인공이라는 메시지를 직관적으로 전달한다. 특히 ‘병오년(丙午年)’의 붉은 말에 담긴 열정과 성공의 키워드는 경기 침체기 속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대중에게 희망적인 스토리텔링을 선사하기에 최적의 소재로 꼽힌다.
효율성 측면에서도 띠 마케팅은 매력적이다.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데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지만, 띠 마케팅은 기존 스테디셀러에 그해를 상징하는 디자인과 한정판 패키지만 입혀도 소비자에게 신선한 자극을 줄 수 있다. ‘지금이 아니면 구할 수 없다’는 한정판 전략은 소비자의 소장 욕구를 자극하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한 자연스러운 홍보 효과로 이어진다.
이러한 전략적 판단에 따라 주요 식품·유통 기업은 붉은 말의 기운을 담은 제품들을 잇달아 시장에 내놓고 있다.
가장 민첩하게 대응한 곳은 편의점 CU다. CU는 말의 주식인 당근을 테마로 ‘당근 라페 김밥’과 ‘당근 샌드위치’ 등 건강 지향적 제품군을 강화했다. 여기에 말발굽 모양을 본뜬 ‘킬바사 소시지 정식’을 출시해 시각적인 재미를 더했다. 편의점이라는 플랫폼 특성을 살려 새해를 맞이하는 직장인과 학생들에게 ‘말처럼 힘차게 달려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식탁 위에 올린 셈이다.
주류와 선물용 제품군에서는 한층 예술적인 접근이 돋보인다. 프리미엄 증류주 브랜드 화요는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흑요석 작가와 손잡고 ‘화요 53 적마 에디션’을 선보였다. 주병(酒甁)에는 적마를 쓰다듬는 강인한 남성 일러스트를 적용해 상승과 도약·행운의 기운을 시각화했고, 패키지 지관통에는 적마를 부드럽게 감싸안은 여성의 모습을 새겨 새해가 전하는 포용의 이미지를 담았다.
건강기능식품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광동제약은 자사의 대표 제품인 경옥고 패키지에 붉은 말의 역동성을 입혔다. 지치지 않는 야생마의 체력을 ‘건강’이라는 키워드와 연결해 새해 부모님이나 지인에게 활력을 선물한다는 프레임을 구축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 플랫폼에서 띠 마케팅은 브랜드가 트렌드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라며 “이번 ‘병오년’ 마케팅에는 말처럼 막힘없이 질주할 수 있다는 희망과 응원의 메시지를 소비자들에게 전달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