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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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이 심장과 뇌 살린다”…억지로 웃어도 건강에 좋아

입력 : 2025-12-30 15:57:04
수정 : 2025-12-30 15:5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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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적인 운동과 함께 의식적으로 웃는 습관이 심혈관 건강과 정신 건강을 동시에 지키는 핵심 요소라는 전문가 조언이 나왔다. 특히 ‘억지 웃음’도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심장 전문의 마이클 밀러 교수는 최근 미국 건강의학매체 ‘메디컬 익스프레스’를 통해 환자들에게 “일주일에 최소 3~5일 운동을 하고, 그중 2~5일은 배꼽이 빠질 정도로 크게 웃으라”고 권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1990년대부터 웃음이 인체에 미치는 생리적 효과를 연구해왔다.

픽사베이

밀러 교수 연구에 따르면 코미디 영상을 보고 크게 웃을 때 뇌에서는 엔도르핀이 분비되고, 혈관 기능을 개선하는 산화질소 생성이 촉진된다. 산화질소는 혈관을 확장해 혈압과 염증,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역할을 하며, 이로 인해 심근경색 위험도 줄어든다.

 

엔도르핀은 통증을 완화하는 천연 진통제 역할도 한다. 밀러 교수는 “크게 웃고 나면 몸이 이완되고 가벼워지는데, 이는 진통제를 맞은 것과 비슷한 효과”라고 설명했다.

 

장기 추적 연구에서도 웃음과 건강의 상관관계는 뚜렷했다. 일본에서 40세 이상 성인을 평균 5.4년간 추적한 연구에 따르면 한 달에 한 번도 웃지 않는 사람은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웃는 사람보다 전체 사망 위험이 95%, 심혈관 질환 사망 위험은 62% 높았다. 또 6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거의 웃지 않는 사람이 기능장애를 겪을 위험이 최대 42% 높았으며, 혼자 웃는 것보다 다른 사람과 함께 웃을 때 위험도가 더 낮아졌다.

 

웃음은 뇌 건강에도 긍정적이다. 일본 오사카대 연구팀은 거의 웃지 않는 노인이 매일 웃는 노인보다 인지 기능 저하 위험이 1.4배 높다고 보고했다. 웃음이 뇌 혈류를 증가시키고 신경 성장 인자를 자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눈에 띄는 부분은 억지로 웃는 것도 건강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이다. 독일 예나대 의학심리학과 연구팀이 웃음 관련 논문 45편을 분석한 메타분석 결과, 웃음을 유도하는 치료는 혈당과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를 낮추고 만성 통증을 완화하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효과는 고령층에서 신체 활동성과 전반적인 기분 개선으로 이어졌다.

 

웃음 요가를 창안한 마단 카타리아 박사는 “중요한 건 억지로 웃으려는 게 아니라, 웃음을 막는 억제와 부끄러움을 내려놓는 것”이라며 “그 다음에 나오는 웃음은 아이처럼 조건 없는 진짜 웃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