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호랑이는 한국 호랑이, 아무르 호랑이라고도 불린다. 전 세계에 남아 있는 6종 호랑이 중 가장 큰 종으로, 수컷의 몸길이는 최대 3.9m, 몸무게는 300kg을 훌쩍 넘는다. 야생에서 평균 수명이 약 13∼15년, 사육 환경에선 17∼20년 정도다. 법적으로 멸종위기 야생동물(1급)이다. 백두산 호랑이는 한반도의 거대한 포식자였다. 그러나 조선시대에 민가는 물론 궁궐까지 들이닥쳐 사람을 물어가는 등 피해가 커지자 1416년 세종대왕은 ‘착호갑사(捉虎甲士)’라는 전문 사냥부대를 만들었다. 그러다 일제강점기 때 대대적 포획과 서식지 파괴로 씨가 말랐다. 1924년 2월 강원도 횡성에서 잡힌 2.7m짜리 호랑이가 남한 땅에 존재했던 마지막 호랑이였다.
호랑이는 우리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동물이다. 조상들은 오래전부터 호랑이를, 인간을 지키는 용맹한 존재로 여겼을 뿐 아니라 권선징악을 판별하는 신통한 영물로 인식했다. ‘한국민속상징사전’을 보면 호랑이 관련 속담은 71개, 지명은 389개, 설화는 956건에 달한다. 조선 후기에 유행한 민화에 호랑이가 자주 등장하고, ‘산수비경(山水秘境)’을 보면 한반도를 앞발을 치켜든 호랑이 형상으로 기술했다.
한국인의 지극한 호랑이 사랑은 올림픽 마스코트를 봐도 알 수 있다. 1988년 서울 하계올림픽 때 ‘호돌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 ‘수호랑’, 두 번의 올림픽 대회 마스코트가 모두 호랑이라는 건 우연이 아니다. 세계적인 흥행을 몰고 온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도 호랑이 캐릭터 ‘더피’가 등장해 큰 사랑을 받았다. 호랑이는 두려우면서도 친근한 존재였다.
최근 중국 북동부 지린성 훈춘시의 동북호랑이표범국립공원에서 야생 백두산 호랑이 어미가 새끼 5마리와 함께 다니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돼 화제다. 먹잇감이 부족한 자연에서 새끼 5마리가 살아남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한다.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다. 우리는 중국과의 정상회담 때 백두산 호랑이를 기증받아 경북 봉화군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내 ‘호랑이숲’에서 5마리를 사육 중이다. 겨우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이다. 개체 수가 늘어나 그 늠름한 기상을 이곳저곳 동물원에서 볼 수 있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