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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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기록 남기고… 박수칠 때 떠났다 [되돌아본 2025 K스포츠]

입력 : 2025-12-30 21:00:00
수정 : 2025-12-30 20: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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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은퇴 그리고 시작 〈끝〉

배구 김연경, 8시즌 ‘MVP 7회’
은퇴 앞두고 챔프전서도 ‘왕관’
예능서 지도자로 제2 인생 도전

오승환, 한·미·일 통산 ‘549S’
KBO 역대 세 번째 은퇴투어
K리그 최철순, 우승만 15회

흐르는 세월 앞에 장사가 없다고 했던가. 스포츠 세계에서 전성기를 보낸 베테랑 선수들이 유니폼을 벗는 건 당연한 일이다. 물론 선수마다 은퇴의 형태는 다르다. 대부분은 자의가 아닌 타의로 떠밀려 은퇴하지만, 몇몇 선수는 여전히 최고 정점의 기량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박수 칠 때 떠나라’는 말을 실천하며 스스로 현역에서 물러나기도 한다. 2025년에도 스포츠계의 많은 별이 정든 현장을 떠났다.

가수 화사의 히트곡 ‘굿 굿바이’(Good Goodbye) 제목대로 가장 아름답게 현역 무대와 이별한 선수는 ‘배구여제’ 김연경(사진)이 아닐까. 2024∼2025시즌이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2월, 김연경은 수훈선수 인터뷰에서 우승 여부에 상관없이 시즌 종료 후 은퇴하겠다고 ‘깜짝 선언’을 했다. 한국배구연맹(KOVO)과 소속팀 흥국생명은 물론 나머지 6개 구단도 동참해 한국배구가 배출한 역대 최고 선수의 은퇴를 기념하기 위해 V리그 최초로 ‘은퇴 투어’가 진행됐다. 현역 김연경의 마지막 모습을 보려는 팬들로 은퇴 투어는 매진 행진을 거듭했다.

은퇴 시즌에도 김연경의 자리는 최정상이었다. 해외리그로 도전을 떠나기 전인 2008∼2009시즌 이후 V리그에서 챔피언결정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던 김연경은 16년 만에 다시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무임승차가 아니었다. 5차전 5세트까지 가는 혈투 속에 김연경은 5경기에서 133점을 쓸어 담았다. 역대 두 번째 만장일치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는 당연한 결과였다.

시즌 종료 후 열린 시상식에서 김연경은 정규리그 MVP도 만장일치로 수상했다. 은퇴 시즌에 정규리그와 챔프전 MVP를 만장일치로 석권하며 가장 아름답게 빛날 때 코트를 떠났다. V리그에서 딱 8시즌을 뛴 김연경은 정규리그 MVP 7회, 챔프전 MVP 4회라는 믿기 힘든 기록을 남겼다.

은퇴를 처음 밝혔을 때 김연경은 “지금이 좋은 시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즌을 잘 마무리하고 제2의 인생을 살려고 그런 선택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현역 선수로 코트는 떠났지만, 여전히 김연경은 배구 코트에서 강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흥국생명의 어드바이저로도 활약하고 있는 김연경은 MBC 예능 ‘신인 감독 김연경’을 통해 지도자에 도전하며 배구라는 종목의 묘미를 국민에게 전했다. 이 프로그램으로 다시금 주목받은 세터 이나연(흥국생명)과 몽골 출신의 인쿠시(정관장)는 V리그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KBO리그에서도 많은 선수가 그라운드를 떠났지만, 가장 주목받은 건 ‘끝판대장’ 오승환의 은퇴였다. 2005년 데뷔해 KBO리그에서 총 14시즌을 뛰며 427세이브를 거둔 오승환은 한국 야구 역사상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군림했다.

오승환(왼쪽), 최철순

일본 프로야구 한신에서 두 시즌(2014∼2015)을 뛰며 80세이브,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도 네 시즌(2016∼2019) 동안 42세이브를 거둔 오승환은 한·미·일 통산 549세이브를 끝으로 그라운드를 떠났다. 이승엽 전 두산 감독, 이대호 SBS 해설위원에 이어 KBO리그 역대 세 번째로 시즌 중 은퇴 투어가 열렸고, 소속팀이었던 삼성과 9개 구단은 오승환의 은퇴를 기념해 그의 커리어를 상징하는 선물을 증정하며 그의 공로를 치하했다.

KBO리그에서는 유독 스타 선수들의 은퇴가 많았다. KBO리그 역대 최다인 홈런왕 6회에 빛나는 ‘국민거포’ 박병호가 유니폼을 벗고 지도자로 변신했다. 2200경기 2266안타를 기록한 ‘꾸준함의 대명사’ 황재균도 자유계약선수(FA) 신청을 했지만, FA 협상 중 전격 은퇴를 선택했다. 그 밖에 정훈, 오재일, 이원석도 정든 그라운드를 떠나며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게 됐다.

프로축구에서는 전북 현대의 ‘전주성’을 20년간 지켜온 ‘최투지’ 최철순이 선수 생활의 마침표를 찍었다. 20년 동안 513경기에 출전하며 15개의 우승 트로피를 안은 최철순은 전북 역사의 모든 순간을 함께했다. 전북은 그의 등번호 25번을 영구결번으로 선포했고, 한국프로축구연맹도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최철순에게 공로상을 수여했다. 국가대표 주장 출신의 구자철도 지난 3월 제주 SK의 유니폼을 입고 은퇴식을 치르며 현역에서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