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6석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의 원내 전략을 총괄하는 김병기 원내대표가 자신과 가족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결국 사퇴했다. 취임 200일 만이다. 민주당은 내년 1월11일 새 원내대표를 뽑기로 했다. 집권여당 원내지도부가 이재명정부 출범 7개월여 만에 공백사태에 놓이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차기 원내대표 선거 결과 등에 따라 여당 세력개편의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김 전 원내대표는 30일 국회에서 주재한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처신이 있었고 그 책임은 전적으로 제 부족함에 있다”며 “오늘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앞서 김 전 원내대표는 지난 6월13일부터 민주당 원내대표직을 수행해 이날이 200일째 되던 날이었다. 그의 사퇴에 따라 당헌 당규상 차기 원내지도부 구성 때까지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가 직무대행을 맡는다.
김 전 원내대표는 그동안 가족과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휩싸여 있었다. 대한항공에서 받은 호텔 숙박 초대권 이용 논란, 부인의 구의회 업무추진비 사적 사용 의혹, 보좌진을 통한 아들의 업무 해결 의혹 등 본인은 물론 가족을 둘러싼 의혹이 전방위적으로 쏟아지면서 사퇴 압박을 받았다.
커지는 의혹으로 국민의힘 등 야권으로부터 공세 빌미를 주는 등 정국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김 전 원내대표 사퇴 배경으로 분석된다. 김 전 원내대표는 자신을 둘러싼 논란이 청와대에 부담을 주는 것이 사퇴 결심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나의 의혹이 확대 증폭돼 사실처럼 소비되고 진실에 대한 관심보다 흥미와 공방의 소재로만 활용되는 현실을 인정하기 어려웠다”며 “시시비비를 분명히 가리고 진실을 끝까지 밝히는 길로 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제 거취와도 연결돼 있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이 과정이 이재명정부 성공을 뒷받침할 민주당 원내대표로서 책무를 흐리게 해선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연일 계속되는 의혹 제기의 한복판에 서 있는 한 제가 민주당과 이재명정부의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당헌은 원내대표 궐위 시 1개월 이내에 의원총회에서 선출하며 해당 원내대표는 전임자 잔여임기를 수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청래 대표는 오후 최고위원회의를 소집, 논의를 거쳐 내년 1월11일 원내대표 보궐선거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같은 날 최고위원 보궐선거도 열린다. 이에 따라 내년 1월11일에 원내대표 1인과 최고위원 3인이 동시 선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당대표 시절 만든 규정에 따라 원내대표 선거는 재적의원 투표 80%, 권리당원 투표 20%로 뽑힌다. 선출되는 차기 원내대표 임기는 내년 6월13일까지다. 당내에서는 3선 박정·백혜련·한병도(이상 3선·가나다순) 의원을 중심으로 조승래 사무총장(3선), 이언주 최고위원(3선) 등 주로 3선급의 중진의원이 거론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