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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오르자 ELS 발행 급증… 금감원이 다시 경고한 이유

입력 : 2025-12-31 13:20:22
수정 : 2025-12-31 13: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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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상승에 발행 급증… ‘한 번 찍히면 원금 보호 사라지는 낙인’은 여전히 변수
2025년 증시 폐장일인 3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모니터에 코스피, 코스닥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요즘 증시가 오르자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주가연계증권(ELS)이 다시 빠르게 늘고 있다. 2023년말 홍콩 H지수 급락으로 큰 손실이 나면서 시장이 얼어붙었지만, 최근 국내외 증시가 안정적인 상승 흐름을 보이자 투자자들의 관심이 다시 살아난 것이다.

 

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파생결합증권 발행액은 19조8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40.1% 늘었다. 쉽게 말해 ELS와 DLS 같은 ‘지수 연계 상품을 새로 찍어낸 규모가 크게 늘었다’는 뜻이다.

 

같은 기간 투자자들에게 돈을 돌려준 상환액은 16조3000억원이었다. 발행이 상환보다 많다 보니, 아직 만기가 남아 시장에 쌓여 있는 파생결합증권 잔액은 9월 말 기준 89조6000억원까지 불어났다. 석 달 전보다 2조4000억원 증가했다.

 

이 가운데 증가세를 이끈 건 단연 ELS다. 3분기 ELS 발행액은 12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9% 늘었다.

 

여기에는 두 종류가 있다. 우선 원금지급형으로 조건만 충족되면 원금을 돌려주는 구조이다. 두 번째론 원금비보장형이 있는데 이건 조건이 깨지면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다.

 

두 상품 모두 발행이 크게 늘었다는 건 투자자들이 “이 정도면 다시 해볼 만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ELS가 어떤 지수를 기준으로 만들어졌는지도 눈에 띈다. 코스피200을 기초자산으로 한 ELS가 가장 많았고, 미국 S&P500과 유럽·일본 주요 지수를 기초로 한 상품이 뒤를 이었다.

 

이는 국내 증시뿐 아니라 미국·유럽 증시도 계속 오르면서 ‘지수만 크게 빠지지 않으면 수익이 나는 구조’에 대한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판매 방식도 바뀌고 있다. 은행 창구 대신 증권사에서 직접 판매하는 비중이 가장 컸다. 홍콩 H지수 사태 이후 은행권의 ELS 판매가 제한되면서 은행 대신 증권사 앱에서 직접 가입하는 상품이 늘어난 것이다.

 

ELS와 함께 DLS 발행도 증가했다. DLS는 금리·원자재·환율 같은 다양한 자산과 연계된 상품이다.

 

최근 DLS 발행이 늘어난 배경은 단순하다. 예금 금리가 예전만 못하자, ‘조금 더 벌 수 있는 상품’을 찾는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투자 성적표도 좋아졌다. 3분기 ELS 투자손익률은 연 5.4%로, 1년 전보다 크게 올랐다.

 

작년에 문제를 일으켰던 홍콩 H지수 연계 ELS가 대부분 정리되면서, 손실 상품이 빠지고 수익이 난 상품만 남은 효과가 컸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여기서 한 번 더 고개를 들라고 말한다. 지금 수익률은 증시가 좋았기 때문에 나온 결과이지 상품 자체가 안전해졌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낙인(Knock-In)이 발생한 상품 비중은 전체의 0.5%에 그쳤다. 수치만 보면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증시가 급락하면 이 비율은 언제든 급증할 수 있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낙인이란 투자 기간 중 기초자산 가격이 정해진 기준선 아래로 한 번이라도 내려갈 경우, 이후 만기 성과에 따라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도록 설계된 장치다.

 

특히 금감원은 최근 발행이 늘고 있는 파생결합사채에 대해 경고했다. 원금지급형이라는 이유로 예금처럼 생각하기 쉽지만 발행한 금융회사가 흔들리면 원금도 함께 위험해질 수 있는 구조다.

 

금감원 관계자는 “증시 상승 흐름이 이어지면 ELS 발행은 더 늘 수 있다”면서도 “과거 손실 사례를 잊고 수익률만 보고 접근하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