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서부 소도시 겔젠키르헨의 한 저축은행 개인 금고 보관실에 강도들이 침입해 수백억원대 현금과 귀중품을 훔쳐 달아나는 대형 사건이 발생했다. 현지 언론은 이번 사건을 현대 독일 역사상 최악의 은행 강도 사례 중 하나로 평가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dpa통신과 BBC 등에 따르면, 강도들은 전날 밤부터 29일 새벽 사이 겔젠키르헨 시의 슈파르카세(Sparkasse) 저축은행 건물 외벽을 특수 대형 드릴로 뚫고 지하 개인 금고실에 침입했다. 이 과정에서 일반 철물점에서는 구할 수 없는 전문 장비가 사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개인 금고 약 3200여개를 파손하고 현금과 금, 보석류 등 약 3000만유로(약 501억원) 상당의 귀중품을 훔쳐 달아났다. 현지 경찰은 이번 사건을 영화 ‘오션스 일레븐’에 비유하며 “범행 수법이 매우 조직적이고 전문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범행은 전날 아침 은행 건물에서 화재경보가 울리면서 드러났으나, 정확한 침입 시점과 강도들이 머문 시간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초동 수사 결과 용의자들은 크리스마스 연휴의 비교적 한산한 시기를 노려 인접한 주차장을 통해 건물에 접근했고, 범행 후 같은 경로로 도주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지난 28일 밤부터 29일 새벽 사이 인근 주차장에서 커다란 가방을 든 남성 여러 명을 봤다는 목격자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폐쇄회로(CC)TV에는 마스크를 쓴 인물들을 태운 검은색 차량 한 대가 현장을 빠져나가는 모습이 포착됐으며, 해당 차량의 번호판은 독일 하노버에서 도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건 소식이 전해지자 고객 200여명이 은행 앞으로 몰려와 피해 여부 확인을 요구했고, 경찰은 안전 문제를 이유로 해당 지점 출입을 통제했다. 은행 측은 “개인 금고의 약 95%가 파손됐다”며 “피해 고객을 위한 전용 문의 창구를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은행에 따르면 개인 금고에 보관된 물품에 대해서는 금고당 최대 1만300유로까지 보험이 적용된다. 현지 언론은 이번 사건으로 최소 2500명 이상의 고객이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