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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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K컬처의 분기점 [이지영의 K컬처 여행]

입력 : 2026-01-01 22:49:06
수정 : 2026-01-01 22:4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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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을 돌아보면 K컬처와 관련된 사건은 많았다. 그중에서도 올해 K컬처의 성격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낸 순간 하나를 꼽으라면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일 것이다. 이 작품은 흥행의 기록을 넘어 K컬처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 자체를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케데헌은 미국 제작진이 만들고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공개된 작품이다. 대사는 영어이고 제작 시스템 역시 전통적인 한국 콘텐츠의 범주를 벗어난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전 세계에서 가장 K컬처다운 작품으로 소비되었다.

 

이 역설은 질문들을 던진다. K컬처란 여전히 한국에서 만들어진 콘텐츠를 뜻하는가, 아니면 한국적 감각이 작동하는 방식 자체를 의미하는가. 이제는 세계의 제작 환경 안에서 한국적 감각이 재구성되고, 그 결과가 다시 한국과 세계에서 순환한다. 한류는 이제 세계를 순환하며 작동하는 문화적 구조가 되었다.

 

그러나 이 변화는 위험과 책임의 시작이기도 하다. K컬처가 세계에서 하나의 언어처럼 사용되기 시작했다는 것은, 그 의미를 더 이상 온전히 통제할 수 없게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국적 감각은 다양한 맥락 속에서 오용되거나 단순화될 수 있고, 왜곡된 이미지로 소비될 가능성도 커진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참조할 수 있는 기준을 계속 만들어내는 일이다. 단일한 정답의 한국성을 고집하기보다, 복수의 역사와 감각, 서로 다른 해석이 공존할 수 있는 맥락을 충분히 남기는 것. 전통을 아이콘으로만 보여주는 대신, 그것이 어떻게 작동해왔는지를 설명하는 서사를 함께 유통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K컬처 내부의 다양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내어 하나의 이미지가 전체를 대표하지 않도록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오용과 왜곡에 대응할 수 있는 힘은 외부의 항의보다 내부의 비판적 언어에서 나온다. 연구와 비평, 성찰적 창작이 축적될 때, 우리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말할 수 있는 언어를 갖게 된다. 문화의 책임은 질문이 제기될 때 응답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데 있다.

 

2025년은 K컬처가 어떤 지점에 도달했는지를 묻는 해다. 그리고 그 물음의 한가운데에는 케데헌이 있다. 이 작품은 방향의 전환을 알리는 신호다. K컬처는 이제 세계의 손에 건네진 언어이며, 각자의 목소리로 발화되기 시작한 감각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어떤 의미로 쓰이게 될 것인가다. 2025년의 K컬처는 세계가 사용하기 시작한 문화로서, 비로소 그 무게만큼의 책임을 요구받고 있다.

 

이지영 한국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