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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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美 국무부도 비판한 ‘입틀막법’, 보완 불가피

입력 : 2026-01-01 22:50:41
수정 : 2026-01-01 22:5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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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무부 대변인이 그제 ‘허위조작정보근절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는 것으로 한국 정부가 개정안을 승인한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세라 로저스 국무부 공공외교 담당 차관이 해당 법안을 겨냥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미 양국의) 기술 협력을 위태롭게 할 것”이란 글을 올린 지 하루 만에 국무부의 공식 입장이 나온 것이다. 지난해 10월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으로 훈풍을 타는 듯했던 한·미 동맹에 악재로 작용할까 봐 걱정스럽다.

허위정보근절법은 SNS 등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허위·조작 정보를 고의로 유통하는 경우 추정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거대 플랫폼 사업자에 허위·조작 정보 삭제 같은 법적 의무를 부과했는데, 이는 유럽연합(EU)의 디지털서비스법(DSA)을 차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플랫폼 사업자 대부분이 미국 빅테크(거대기술기업)이다 보니 미 행정부가 자국 기업 보호 차원에서 예민하게 반응했다는 분석이다. DSA 제정을 주도한 EU 측 인사 5명은 미국 입국 제한 등 제재를 받았다.

더욱 염려되는 것은 미 행정부가 허위정보근절법을 일종의 ‘검열’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헌법 21조 2항은 ‘언론에 대한 검열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명시적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런데도 미 국무부가 해당 법안을 비판하며 “미국은 검열에 반대한다”고 밝힌 것은 사실상 ‘위헌 법률이 아니냐’는 시각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1791년 수정헌법 1조에 ‘연방의회는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을 만들 수 없다’는 원칙을 못 박은 미국이 한국을 ‘언론 자유 제한 국가’로 인식한다면 이는 여간 심각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허위정보근절법은 더불어민주당이 처음 발의했을 때부터 ‘허위·조작 정보’의 개념이 너무 모호해서 남용될 소지가 높다는 등의 지적이 제기됐다. 야당과 언론단체는 물론 친여 성향 단체에서조차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을 위축시키는 ‘입틀막법’”이라고 반대했으나, 거대 여당은 힘으로 밀어붙였다. 이 대통령도 거부권을 행사하라는 요구를 일축했다.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위해 투쟁해온 ‘민주’당이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법을 만드나. 정부·여당은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높고 이제는 한·미 통상분쟁의 씨앗이 될 수도 있는 허위정보근절법을 신속히 보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