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실에 입원한 배우 안성기의 투병 소식이 전해지며 혈액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
혈액암은 비교적 드문 질환으로 인식되지만, 초기 증상이 감기나 단순 피로와 비슷해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사소해 보이는 신호를 방치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혈액·면역계에서 발생하는 ‘보이지 않는 암’
1일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혈액암은 혈액, 골수, 림프절 등 면역계에서 발생하는 악성 종양을 통칭한다. 급성·만성백혈병을 비롯해 골수증식성종양, 골수이형성증후군, 림프종, 다발골수종 등이 대표적이다.
발병 원인은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다만 방사선 노출, 흡연, 특정 바이러스 감염(HTLV-1, EBV 등), 유전적 요인이 위험 요인으로 거론된다.
혈액암이 위험한 이유는 초기 증상이 매우 모호하다는 점이다. 백혈병의 경우 백혈구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면서 피로감, 창백함, 잦은 감염, 멍과 출혈이 나타나지만 감기나 빈혈과 구분하기 쉽지 않다.
림프종은 목·겨드랑이·사타구니 림프절이 커지는 것이 특징이지만, 통증이 없는 경우가 많아 환자 스스로 이상을 인지하지 못하는 일이 잦다. 다발골수종은 등이나 갈비뼈, 척추 통증으로 시작해 잦은 골절이나 신장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전문의들은 “특별한 이유 없이 체중이 줄거나 멍과 코피가 반복된다면 단순 피로로 치부하지 말고 혈액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피곤해서” 넘겼다간…초기 증상은 일상과 닮아 있다
조기 진단의 핵심은 검진이다. 혈액암은 비교적 기본적인 혈액검사만으로도 이상 소견이 발견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원인 모를 미열이나 야간 발한이 2주 이상 지속되거나, 전신 피로가 반복될 경우 전문 진료를 권한다.
한 전문의는 “혈액암은 초기에는 뚜렷한 통증이 없어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조기 발견 여부가 치료 성과를 크게 좌우한다”고 말했다.
혈액암 환자 가운데 고령층과 기저질환 보유 비율이 높아지면서 치료 전략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처럼 일률적인 강도 높은 항암치료보다는 환자의 나이, 장기 기능, 동반 질환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접근이 중요해졌다.
특히 신장 기능이 저하된 환자의 경우 항암제 용량과 치료 간격을 세심하게 조절하지 않으면 부작용 위험이 커질 수 있어 다학제 협진이 필수적이다.
◆전문가들 “예방은 어렵지만 늦출 수는 있다”
치료 패러다임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항암치료와 골수이식이 중심이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면역치료제와 표적치료제가 주요 치료 옵션으로 자리 잡았다.
표적치료제는 암세포의 특정 유전자 이상만을 선택적으로 공격해 기존 치료보다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암 치료 전문 교수는 “환자 개별 특성에 맞춘 치료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서 고령 환자에서도 치료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혈액암은 생활습관 개선만으로 예방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조기 인지와 검진만으로도 예후를 크게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의료계 관계자는 “몸의 작은 변화라도 평소와 다르다면 기록하고 병원을 찾는 습관이 중증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는 출발점”이라며 “통증이 없다고, 피곤하다고 넘기지 않는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