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새해 첫 주말인 3일(현지시간) 새벽 전격적인 군사작전을 통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체포하고 미국으로 압송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적절한 정권 이양을 할 수 있을 때까지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운영(run)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오일 머니’를 기반으로 반미 노선을 강화한 베네수엘라에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경제 제재를 가한 이후 10여년 만에 전격적으로 군사력을 투입해 정상을 체포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국가안보전략(NSS)에서 천명한 ‘미주 대륙으로의 중심축 조정’에 부합하는 행보를 새해부터 내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새벽에 마두로 체포해 美로 이송
미국은 이날 오전 1시(미 동부시간 기준)를 전후해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 있는 대통령 안전가옥에 대규모 병력을 투입해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체포해 헬리콥터로 실어 나른 뒤 대기 중이던 강습상륙함 이오지마에 옮겨 태웠다. ‘확고한 결의’(Operation Absolute Resolve)로 명명된 이번 작전에서 미국은 서반구 소재 20개 지상·해상 기지에서 출격한 150대 넘는 항공기를 동원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결박당한 채 미국으로 압송됐다. CNN 등 미국 매체들은 이날 오후 마두로 부부를 태운 항공기가 뉴욕주의 ‘스튜어트 주방위군 공군 기지’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마약 테러리스트’ 등의 혐의로 2020년 기소된 마두로 대통령 부부는 뉴욕 또는 마이애미 법원에서 재판받을 예정이다. 미국은 마두로 대통령이 5000만 달러(약 723억원)의 현상금이 걸린 형사재판 피고인이라는 점을 들어 이번 공격과 체포가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에 대응하고 있다. 마두로 부부의 체포 주체도 미국 법무부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안전하고 적절하며 현명한 (정권) 이양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우리가 나라(베네수엘라)를 운영하겠다”며 “우리는 지금 베네수엘라에 있으며, 적절한 이양이 이뤄질 수 있을 때까지 남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그룹(의 사람들)과 함께 (베네수엘라를)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그룹’을 의미한 것인지 불분명하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한 기자회견에서 마두로 대통령 축출 이후 로드리게스 부통령과 통화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로드리게스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한 것으로 안다면서 그녀가 루비오 장관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하겠다”고 말했다고 설명했지만, “그녀는 마두로가 임명한 부통령”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로드리게스 부통령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직후 소집한 비상 내각회의에서 “베네수엘라에서 대통령은 마두로, 단 한 명뿐”이라며 마두로 대통령 부부의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야권 지도자 코리나 마차도에 대해서도 “현재로선 그녀가 지도자가 되기는 매우 어렵다. 국내에서 지지나 존경이 없다”며 “매우 좋은 여성이나, 존경받지는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차도와 합세해 지난 2024년 대선에서 마두로 대통령의 3선을 위협했던 망명 정치인 에드문도 곤살레스로의 정권 이양을 지지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을 리트윗하기도 했다.
◆트럼프, “미국 석유회사들, 현지 진출”
트럼프 대통령은 회견에서 베네수엘라 정권 이양과 병행해 미국 석유 회사들이 현지에 진출해 원유 생산량을 늘리는 방법으로 과도 통치 및 국가 재건 자금을 마련하고, 미군 병력도 물리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미국 함대는 현재 위치(베네수엘라 인근 해상)에서 대기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모든 군사적 선택지를 보유하고 있다”며 “우리는 필요하다면 훨씬 더 큰 규모의 2차 공격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의 요구가 완전히 충족될 때까지 베네수엘라의 모든 정치인과 군인들은 마두로에게 일어난 일이 자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베네수엘라에 “아주 규모가 큰 미국의 석유 회사들이 들어가서 수십억 달러를 들여 심각하게 파괴된 석유 인프라를 복구할 것”이라며 “(그 회사들은) 그 나라(베네수엘라)를 위해 돈을 벌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베네수엘라 석유 인프라의 “상당 부분이 25년 전 우리가 설치한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교체할 것”이라며 인프라를 복구해 “석유를 훨씬 더 큰 규모로 팔게 될 것”이고 이 돈으로 “나라를 돌보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석유 회사들이 인프라를 복구하고 원유 생산을 늘리는 과정에서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미국의 지상군 주둔도 “약간 필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는 그렇게 해야 한다면 지상군을 두는 것이 두렵지 않다”며 “우리는 사실 어젯밤(마두로 체포 작전 당시) 매우 높은 수준으로 지상군 투입을 했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서반구 영향력 강화·유지가 이번 공격의 목표 중 하나임을 공식화하면서 콜롬비아와 쿠바 등 중남미의 다른 반미 정권이 다음 타깃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과 베네수엘라의 관계
미국은 냉전 종식 이후 베네수엘라와 한때 실용적 협력 관계를 유지했으나 1999년 반미 노선을 천명한 우고 차베스의 집권을 계기로 악화됐다. 이어 2013년 니콜라스 마두로 집권으로 이어지며 베네수엘라 정부는 석유 판매 수익을 기반으로 한 반미·좌파 민족주의 노선을 강화했고, 미국 중심 국제질서에 공개 도전했다. 미국은 2015년부터 석유·금융 부문을 중심으로 베네수엘라에 제재를 부과했고, 특히 2017년 트럼프 행정부 1기가 인권 유린, 부패 등을 이유로 베네수엘라에 한 강도 높은 제재는 베네수엘라의 경제 붕괴와 사회적 위기를 심화시켰다.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조건부로 베네수엘라와의 관계 개선 노력이 없지 않았으나 지난해 재집권한 트럼프 행정부는 2024년 베네수엘라 대선의 부정선거 의혹, 마약 밀매, 난민 미국 영토 유입 등을 이유로 강경 노선으로 회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