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공천 헌금 비리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강선우 의원이 2022년 지방선거 당시 1억원의 공천 헌금을 수수한 의혹으로 제명된 데 이어 역시 돈 공천 추문의 핵심인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둘러싼 의혹도 점점 구체화하고 있다. 지도부가 이런 의혹을 인지하고도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어물쩍 덮으려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며, 집권당의 신뢰와 도덕성은 이미 바닥을 드러냈다.
이수진 전 의원의 폭로 내용은 충격적이다. 이 전 의원은 2024년 2월 유튜브에 출연해 김 전 원내대표에게 동작구 의원 2명이 각각 2000만원과 1000만원을 전달했다가 수개월 뒤 돌려받았다고 주장한 내용이 담긴 탄원서를 공개했다. 당시 김 전 원내대표는 동작갑, 이 전 의원은 동작을 현역의원이었는데, 이 전 의원은 총선을 앞두고 컷오프(공천 배제)돼 탈당했다. 이 전 의원에 따르면 ‘이재명 대표님께’로 시작되는 이 탄원서는 2023년 12월쯤 이재명 대표실에 보내졌다. 이를 접수한 사람은 당시 김현지 보좌관(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며, 이 탄원서는 다시 당 윤리감찰원을 거쳐 후보자 검증위원장이자 의혹의 당사자였던 김 전 원내대표에게 전달됐다는 게 이 전 의원 주장이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민주당은 자정능력 상실을 넘어 당 지도부가 비리를 조직적으로 은폐한 셈이다.
당시 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이 이 문제를 몰랐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김 전 원내대표는 이 대표 측근으로 수석사무부총장 등 요직을 맡아 총선 공천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인사다. 이런 핵심 인사의 비리 탄원서를 당 대표가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이번 사태가 단순히 개인의 일탈을 넘어 정당 내부의 조직적 은폐 비리로 비화하는 이유다.
정청래 대표는 그제 이번 파문과 관련해 “환부를 도려내겠다”며 공식 사과했다. 이미 당 내부에서 수개월 전부터 인지하고 있었던 의혹을 폭로가 이뤄진 뒤에야 처리하는 전형적인 ‘뒷북 대응’이다. 이번 돈 공천 의혹은 민주당이 강조해 온 ‘시스템 공천’이 한낱 구호에 불과했음을 보여준다. 대의민주주의의 근간인 공천을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킨 행위는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김 부속실장 등 권력 핵심 인사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마당에 당 자체 조사나 경찰 조사로 의혹 해소가 어려워 보인다. 민주당이 진정으로 곪은 부위를 도려낼 의지가 있다면 특검을 수용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