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양도소득세 정산이 마무리되자 서학개미의 미국 주식 매수세가 급격히 되살아났다.
절세를 위해 눌려 있던 매도 물량이 해소되면서, 연초 대기자금이 한꺼번에 시장으로 유입되는 전형적인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연말엔 세금, 연초엔 가격…반복되는 절세 수급
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 결제액은 지난 1일 5억436만달러(약 7300억원)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25·30·31일 사흘간 발생한 순매도 결제액(3억2162만달러·약 4650억원)을 하루 만에 뛰어넘는 규모다. 연말에는 매도 우위였던 수급이 연초 들어 단숨에 매수로 전환된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급반등의 핵심 배경으로 연말 절세 요인을 꼽는다. 해외 주식 양도소득세는 해당 연도 12월 31일까지 결제가 완료된 매도 거래를 기준으로 부과된다.
이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은 연말마다 수익·손실 종목을 조정하며 연간 양도차익 250만원 비과세 한도에 맞추는 매도에 집중해왔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연말 양도소득세 이슈로 억눌렸던 매도 물량이 해소되면, 연초에는 자연스럽게 대기자금이 재유입되는 구조”라며 “이번 순매수 급증도 절세 이후 수급 정상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고점 이후 조정…오히려 매수 명분
미국 증시의 흐름도 매수 심리를 자극했다. 사상 최고치 행진 이후 숨 고르기에 들어간 시장 상황이 개인투자자들에게는 ‘세금 부담 없는 매수 구간’으로 인식됐다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서학개미들은 연말에는 세금을, 연초에는 가격을 본다”며 “미국 증시가 조정을 받자 하루 만에 대규모 순매수가 몰린 것은 전형적인 연초 심리 변화”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최고점 이후의 조정 국면은 장기 성장 스토리가 유효한 빅테크 중심으로 저가 매수 수요를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고 진단했다.
다만 이번 흐름을 추세적 확대 신호로 보기에는 이르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연초 효과와 절세 이후 반사이익이 겹친 측면이 크다는 것이다.
글로벌 금리와 환율 변수의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일시적 반등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환율·정책 변수…전문가들 “결국 관건은 ‘수익률’”
개인 해외투자 확대는 외환시장과 정책 당국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개인 해외투자가 환율에 구조적 영향을 미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점에서 당국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면서도 “단기 수급만으로 환율 방향이 바뀌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시장 복귀계좌와 같은 유인책은 중장기적으로 의미가 있지만, 정책 발표 직후 환율 안정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개인 자금의 해외 선호 흐름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상대 수익률’을 꼽는다.
세제나 정책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성과다. 미국 주식이 국내 시장 대비 초과 수익을 유지하는 한 자금 흐름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연초 하루 만에 연말 순매도 규모를 상회했다는 점은 개인들의 위험 선호가 여전히 높다는 신호라는 해석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순매수는 세금, 시장 조정, 투자 심리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라며 “방향성보다는 변동성이 확대되는 국면에서 개인 자금의 기민한 대응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고 종합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