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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해서 팠는데 병원行…면봉 쓰는 습관이 부른 병 [건강+]

입력 : 2026-01-05 14:50:06
수정 : 2026-01-06 09:3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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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봉·귀이개 반복 사용에
외이도염·이구전색 위험
“귀 후비지 않는 게 최선”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평소 귀를 후비는 습관이 있던 A씨(41)는 어느 날부터 귀가 먹먹하고 소리가 울리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 점점 통증이 심해져 병원을 찾은 결과, 외이도염과 귀지 막힘이 원인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면봉과 귀이개로 귀를 과도하게 자극한 것이 문제였다.

 

귀를 청결하게 관리하기 위해 귀를 파거나 후비는 사람이 많지만, 이런 행동이 오히려 귀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가천대 길병원에 따르면, 귀는 특별한 증상이 없다면 불필요한 자극을 주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귀는 신체 기관에서 섬세한 부위 중 하나다. 고막은 두께가 0.1mm 이하로 매우 얇아 미세한 압력에도 손상되거나 작은 상처에도 세균 감염으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귀이개나 면봉을 귀에 깊숙이 넣을 경우 출혈과 고막 천공이 발생할 수 있고, 심한 경우 중이염으로 진행될 수 있다.

 

선우웅상 가천대 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진료 현장에서는 귀이개 사용을 살살 했는데도 손상이 생겼다는 환자 사례가 적지 않다”며 “귀가 매우 민감해 작은 자극에도 외이도의 방어 기전이 쉽게 무너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많은 사람들이 주로 귀지를 제거하거나 귓속 물기를 없애기 위해 귀를 파곤 하지만, 귀지는 몸이 만들어내는 정상적인 생리 물질이다.

 

탈락한 피부 세포와 지질로 구성된 귀지는 약산성(pH 약 6.1) 환경을 형성하고, 라이소자임과 포화지방산 등의 항균 물질을 함유해 세균과 미생물 증식을 억제한다.

 

귀지는 외이도 표면을 보호하고 건조를 막는 동시에 세균과 먼지의 침입을 차단하는 방어막 역할을 한다. 귀지가 없으면 오히려 감염에 취약한 환경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문제는 귀지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외이도 피부에 상처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금속이나 플라스틱 재질의 귀이개는 날카로운 경우가 많아 피부 손상을 일으키기 쉽고, 면봉을 사용할 경우 귀지를 제거하기보다 안쪽으로 밀어 넣게 되는 일도 흔하다.

 

이로 인해 귀지가 고막 부근부터 쌓여 외이도를 막는 ‘이구전색’이 발생할 수 있다.

 

이구전색은 귀가 먹먹해지는 느낌을 비롯해 난청, 통증, 이명, 현기증, 악취 등을 동반하며, 심하면 청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선우 교수는 “이구전색이 생겼다면 반드시 전문의 진료를 통해 현미경과 특수 기구를 사용해 안전하게 제거해야 2차 손상으로 인한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위생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귀이개나 면봉이 화장실이나 욕실처럼 습한 환경에 보관될 경우 세균이나 곰팡이에 쉽게 오염된다.

 

오염된 기구를 귀에 사용하면 대장균, 황색포도상구균, 곰팡이균 등이 외이도로 직접 침투해 외이도염이나 곰팡이성 감염을 유발할 수 있다.

 

귀지는 음식을 씹을 때 턱의 움직임에 따라 자연스레 밖으로 배출되는 만큼, 특별한 불편함이 없다면 굳이 제거할 필요가 없다.

 

귀 먹먹함이나 청력 저하, 통증이 생겼다면 자가 처지에 의존하기보다 의료기관을 찾아 정확한 검진과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