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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졸음운전 2차 추돌’ 운전자, 구속영장 신청 [사건수첩]

입력 : 2026-01-05 15:00:36
수정 : 2026-01-05 15: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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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수습 현장 덮쳐…2명 사망·9명 부상

심야 서해안 고속도로 교통사고 수습 현장을 덮쳐 경찰관과 견인차 운전기사를 숨지게 한 30대 운전자에 대해 경찰이 신병 확보에 나섰다.

 

전북 고창경찰서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상 혐의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운전자 A(38)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5일 밝혔다.

4일 오전 1시23분쯤 전북 고창군 고수면 우평리 서해안고속도로 상행선 73㎞ 지점에서 발생한 2차 교통사고로 차량이 크게 크게 파손돼 있다. 전북도소방본부 제공

A씨는 전날 오전 1시23분쯤 전북 고창군 고수면 우평리 서해안고속도로 상행선 73㎞ 지점에서 SUV를 몰다 교통사고 수습 현장을 덮쳐 2명을 숨지게 하고 9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현장에서는 승용차 2대가 추돌한 1차 사고를 수습하던 중이었으며 전북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 12지구대 소속 이승철(55) 경정과 견인차 운전기사(38)가 A씨 차량에 치여 숨졌다. 또 A씨와 동승한 가족, 구급대원, 1차 사고 차량 운전자 등 9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찰은 A씨의 진술과 함께, 크루즈 기능이 켜진 상태에서 운전자가 사실상 주행 관리 의무를 방기했을 가능성도 들여다보고 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졸음운전을 했다”고 진술했으며, 음주 반응은 나타나지 않았다. 경찰은 A씨가 순찰차와 구급차, 견인차 등 다수의 긴급 차량이 경광등을 켜고 정차해 있었음에도 속도를 줄이지 않은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경찰은 사고 당시 차량의 크루즈(자동주행) 기능이 작동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차량의 사고기록장치(EDR)를 확보해 주행 속도, 제동 여부, 운전자 조작 기록 등을 분석 중이다.

 

현행 도로교통법과 형법 체계에서는 차량에 자동주행 보조 기능이 탑재돼 있더라도 운전자가 운전의 주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크루즈 제어나 차로 유지 보조 기능은 ‘운전자 지원 장치’로 분류돼 사고 발생 시 책임은 기본적으로 운전자에게 귀속된다. 자동주행 기능이 작동 중이었다 하더라도, 전방 주시 의무와 위험 인지 시 즉각 개입해야 할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면 형사 책임이 가중될 수 있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법조계에서는 크루즈 기능 작동이 확인될 경우 ‘과실의 내용’이 보다 구체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단순 졸음운전뿐 아니라, 자동주행 보조 기능에 과도하게 의존해 사실상 운전 행위를 방기했다면 중과실로 평가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사고 수습 현장이라는 고위험 상황에서 감속 의무를 위반한 점은 처벌 수위 산정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현재로서는 자동주행 기능 자체의 결함이나 오작동 여부가 직접적인 형사 책임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국내 법체계상 완전 자율주행이 아닌 이상, 시스템 오류가 입증되지 않는 한 제조사나 시스템 책임으로 확대되기는 어렵다.

 

경찰은 사고 직전 차량 속도, 가속·제동 여부, 운전대 조작 기록, 운전자 개입 시점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한 뒤 과속 여부와 함께 구체적인 과실 책임 범위를 확정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망 사고로 이어진 중대 사안인 만큼 가해 운전자를 긴급체포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며 “자동주행 기능이 사고의 직접 원인인지, 운전자의 주의의무 위반이 주된 원인인지를 기술적 자료로 면밀히 분석해 사고 원인과 과실 정도를 규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순직한 이 경정에게 녹조근정훈장을 추서했고, 경찰청은 1계급 특진을 추서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고인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