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대교는 전남 무안군 운남면과 신안군 압해읍을 잇는 925m 길이의 다리다. 대한민국 제15대 대통령(1998∼2003년 재임)이자 2000년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김대중(DJ) 전 대통령에게 헌정됐다. 그런데 2013년 개통 당시 해당 다리엔 이름이 없었다. 무안군은 운남면을 딴 ‘운남대교’, 신안군은 ‘신안대교’를 각각 주장하며 맹렬하게 다퉜기 때문이다. 이 갈등은 2014년 국가지명위원회가 ‘김대중대교’라고 명명(命名)하며 비로소 봉합됐다. DJ의 고향 하의도(荷衣島)는 그가 태어난 1924년만 해도 무안군 소속의 섬이었으나 1969년 행정구역 개편으로 지금의 신안군 일부가 되었다. 결과적으로 DJ의 명성과 권위를 무안·신안 두 지자체가 나눠 가진 셈이다.
노량은 조선 시대 임진왜란(1592∼1598)의 마지막 전투이자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전사한 싸움인 노량해전 때문에 우리 국민에게 아주 익숙한 지명이다. 길이 890m의 노량대교는 경남 남해군 설천면과 하동군 금남면을 연결하는 교량으로, 노량해전 승리 420주년인 2018년 9월 개통했다. 당시 남해군은 ‘제2남해대교’를, 하동군은 ‘노량대교’ 또는 ‘충무공대교’를 각각 내세워 팽팽히 맞섰다. 결국 국가지명위원회가 개입한 끝에 ‘노량대교’로 정리됐다. 전남 광양시와 여수시를 잇는 이순신대교(2013년 개통)가 이미 존재하는 상황에서 충무공대교는 애초 가능한 선택지가 아니었을 것이다.
서울 등 수도권의 ‘젖줄’인 한강에 놓인 33번째 다리는 길이 약 2㎞의 고덕토평대교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과 경기 구리시 토평동을 잇는 교량으로 2025년 1월 개통했다. 강동구는 새 다리 이름으로 고덕동을 딴 ‘고덕대교’, 구리시는 ‘구리대교’를 각각 주장하며 험악한 분위기로 치달았다. 강동구는 “인근에 ‘구리암사대교’가 있어 혼란을 유발할 수 있다”는 논거를 들었다. 반면 구리시는 “이미 강동대교가 존재하는 만큼 새 다리 이름엔 반드시 ‘구리’가 들어가야 한다”고 맞섰다. 두 지자체 요구안을 모두 심사한 국가지명위원회의 결론은 다리의 양쪽 끝에 있는 고덕동과 토평동을 나란히 배려한 ‘고덕토평대교’였다.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인천 중구 영종도와 서구 청라를 연결하는 4.68㎞ 길이의 교량이 약 5년의 공사 끝에 완공돼 5일 개통했다. 2000년 영종대교(서울∼인천), 2009년 인천대교(송도∼영종)에 이어 세 번째다. 이 다리의 주탑 전망대는 해발 184.2m 고도에 있어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세계 최고 높이의 해상 교량 전망대’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고 한다. 문제는 아직 다리의 공식 명칭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중구는 교량 이름에 ‘인천공항’이, 서구는 ‘청라’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다리가 세워지고 그 위로 차량들이 씽씽 달리는데 정작 지명은 ‘○○대교’라니, 참으로 딱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기네스북에는 교량 이름이 뭐라고 적혔을지 궁금할 따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