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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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정보 도용해 휴대전화 불법 개통한 대리점주 덜미 [사건수첩]

입력 : 2026-01-05 20:09:38
수정 : 2026-01-05 20: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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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들의 개인정보를 도용해 휴대전화를 불법 개통하고 억대의 부당이득을 챙긴 휴대전화 대리점 대표가 경찰에 붙잡히면서 통신사의 대리점 관리·감독 책임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전북 군산경찰서는 사기와 사문서위조, 위조 사문서 행사 혐의로 휴대전화 대리점 점주 A(30)씨를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5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자신이 운영하는 대리점을 찾은 고객 50여명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휴대전화를 몰래 개통하고, 수당과 수수료 명목으로 2억5000여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A씨는 휴대전화 개통 절차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 고객을 주된 범행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현재까지 접수된 고소장과 진정서를 토대로 수사를 진행 중이며,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는 과거 대리점에서 휴대전화를 개통했던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별도로 보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범행 경위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대리점 개인의 일탈을 넘어 통신사 중심의 판매 구조와 관리 체계가 범죄를 키웠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휴대전화 판매 대리점은 형식상 개인 사업자이지만, 실제로는 통신사의 위탁을 받아 개통 실적에 따라 수당을 받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개통 건수 중심의 성과 평가가 과도한 경쟁을 부추기고, 불법 개통 유혹을 키운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통신사는 대리점에 고객 개인정보 접근 권한을 부여하면서도 실제 현장 관리와 상시 점검은 사실상 대리점 자율에 맡기고 있는 실정이다. 개인정보 보관·관리 실태와 개통 과정의 적법성에 대한 실시간 검증 체계가 미흡해 범죄가 장기간 은폐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건에서도 A씨는 과거 대리점에서 휴대전화를 개통한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별도로 보관해 범행에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개인정보 파기 여부나 접근 권한 관리에 대한 통신사의 관리·감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피해자 다수가 휴대전화 개통 절차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이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고령층은 대리점 직원의 설명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명의도용이나 부당 개통이 발생해도 장기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통신사 차원의 고위험 고객군 보호 장치나 이상 개통 탐지 시스템은 충분히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엿보게 한다.

 

전문가들은 대리점 개인 처벌에 그칠 것이 아니라 통신사의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하고, 관리·감독 의무를 제도적으로 강화해야 유사 범죄를 막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리점 불법 개통 사건이 반복되는 것은 구조적 문제”라며 “통신사가 개통 권한을 부여하는 만큼, 개인정보 관리와 개통 과정 전반에 대한 실질적인 통제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