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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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란도 정신’ 강조한 李 “새 항로 향해 함께 나아가야” [한·중 정상회담]

입력 : 2026-01-05 20:56:50
수정 : 2026-01-05 23: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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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포럼 연설

“900년전 고려와 송나라 교류
가장 안정적 협력 관계” 지목
“외부 갈등에도 경협 강화 필요”

韓 산업부·中 상무부 정례協 구축
양국 14건 MOU 등 15건 서명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5일 고려와 송나라의 ‘벽란도 교역’을 예로 들며 한국과 중국 간 무역·통상 분야를 포함한 경제협력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과 중국 주요 기업이 함께하는 ‘비즈니스포럼’에 참석해 한·중 교류 확대 방안을 논의하며 경제협력 분야에서의 한·중 관계 강화에 박차를 가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조어대)에서 열린 한·중 비즈니스포럼 행사 연설에서 한·중 경제협력 성과를 언급하며 “지금으로부터 900여년 전 고려와 송나라의 교류는 동아시아에서 가장 활발하고 안정적인 협력 관계 중 하나였다”면서 “벽란도는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을 넘어 사람과 기술, 사상과 문화 교류의 장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더 주목할 점은 외교적 긴장과 갈등이 있었던 시기에도 벽란도를 통한 교역은 중단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라며 “동아시아의 안정과 번영, 평화와 질서 유지에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 ‘벽란도 정신’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무역갈등, 첨단기술 분야에서의 경쟁, 서해 한·중 잠정조치수역(PMZ) 내 갈등을 포함한 양국 간 다양한 이견과 갈등에도 경제 협력 관계는 흔들려선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이 대통령이 한·중 관계에서도 ‘국익중심 실용외교’ 노선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환경·기후협력 과학 기술 MOU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왼쪽부터)과 황룬추 중국 생태환경부 부장,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리러칭 중국 공업정보화부 부장이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참석한 가운데 각각 환경·기후 협력과 과학기술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악수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비즈니스포럼 사전 간담회에서는 “한국과 중국은 같은 바다에서 같은 방향을 향해 함께 항해하는 배의 입장”이라며 “지금까지 같은 파도를 넘으면서 성공적 관계를 이끌어 왔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이제 새로운 항로를 향해 가야 한다. 늘 망설여지기 마련이지만 방향을 바꾸지 않으면 새로운 길을 끝내 못 찾아낼지도 모른다”면서 인공지능(AI), 소비재, 문화 콘텐츠 분야에서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제조업 혁신과 협력, 문화 교류 활성화를 지목해 협력 강화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 정부가 제조 분야 ‘인공지능 전환(AX) 전략’ 여건을 조성하고 중국 정부도 산업 질적 전환과 고도화를 추진하는 점을 언급하고 “양국이 혁신을 통해서 제조업의 새로운 경쟁력을 도모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업들이 서로 경쟁하면서도 성공 사례를 공유하고, 서로의 정책과 기술을 참고하며 협력 방안을 함께 모색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화 교류 분야에서는 “서울 문화 탐방, K뷰티 체험은 중국 청년들에게 인기 높은 여행코스가 되었다고 한다. 금요일 퇴근 후 상하이 여행은 한국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새로운 유행이 되었다”면서 “관광의 확대를 넘어 서로의 서비스와 문화를 가깝게 체험하는 계기가 되고 있고, 이러한 흐름은 콘텐츠, 개인 공연, 문화 플랫폼 등 생활 서비스 전반에서 새로운 협력 가능성을 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비즈니스 포럼 사전간담회에는 한국 대기업 총수들뿐만 아니라 한국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 유력 기업 회장단도 자리해 양국 간 경제 협력 강화의 발판을 마련했다. 자동차와 TV·가전 분야뿐만 아니라 배터리, 에너지, 패션, 문화콘텐츠 등 다방면의 중국 기업들이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연설에서 양국 기업인을 향해 “좋은 이웃은 천만금을 주고도 얻을 수 없을 만큼 귀하다고 한다. 여러분이 바로 그 천만금보다 귀한 서로의 이웃”이라고 말했다. 중국 측에서는 대외무역·투자 촉진을 담당하는 준정부기관인 중국무역촉진위원회의 런훙빈 회장을 필두로 중국석유화공그룹 후치쥔 회장, 중국에너지건설그룹 니전 회장, 중국공상은행 랴오린 회장 등 11명이 자리했다.

양국은 산업 관련 교류 확대를 모색하자는 취지에서 산업통상부와 중국 상무부 간 정례 협의체를 구축하기로 했다. K푸드의 중국 수출 절차 관련 한국 기업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양해각서(MOU) 등도 체결됐다. 양국 정부는 이날 ‘아동 권리보장 및 복지증진 협력 관련 MOU’ 등 14건의 MOU와 기증 증서 1건 등 총 15건의 문건에 서명했다.

우선 양국은 ‘상무협력 대화 신설에 관한 MOU’를 체결해 비정기적이었던 양측 장관 참여 회의를 정례화해 체계적인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동시에 ‘산업단지 협력 강화 MOU’를 통해 양국 산단 간 투자 활성화에 노력하기로 했다. 산업부는 “중국 첨단기업들의 새만금 투자 유치를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식품안전협력에 관한 MOU’를 통해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추천하는 한국 업체의 명단을 중국 측에 등록할 수 있게 돼 K푸드 수출 절차 관련 기업들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이외에도 ‘중소기업과 혁신 분야 협력 MOU’와 ‘중국 청대 석사자상 한 쌍 기증 증서’ 등도 체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