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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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언·갑질에 ‘꼼수’ 청약당첨 이혜훈, 더 버틸 명분 있나 [논설실의 관점]

입력 : 2026-01-09 16:21:10
수정 : 2026-01-09 17: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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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터지는 의혹에도 해명은 ‘미적’
전형적인 내로남불, 국민 공분 커져
청문회 전 사퇴나 지명철회가 순리

이재명정부의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혜훈 전 국민의힘 의원을 둘러싼 의혹이 점입가경이다. 지난달 28일 지명 이후 ‘갑질’과 ‘엄마 찬스’, 투기 의혹 등이 하루 한 건씩 터져 나오고 있다. 심지어 부양가족 수를 부풀려 ‘로또’로 불리는 서울 강남의 수십억 원대 아파트 청약에 당첨돼 수십억 원의 부당이득을 봤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똥오줌을 못 가리냐”는 상식 밖의 폭언까지 등장했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례만으로도 공직자로서는 자격 미달인데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인사청문회 과정을 지켜보겠다고 한다. 버티면 버틸수록 국민들의 피로감만 쌓여갈 것이다. 스스로 후보 자격을 내려놓거나 이재명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다.

 

이혜훈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9일 오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스1

개혁신당 천하람 의원실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청약 신청 7개월 전에 이미 결혼해 분가한 아들이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방식으로 부양가족 수를 부풀려 2024년 7월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에 당첨됐다. 현 시세가 80억∼90억원인 아파트를 37억 원대에 분양받은 것이다. 사실이라면 현행 청약 제도상 부양가족 조건을 맞추기 위해 편법을 동원한 셈이다. 부동산 공급질서를 교란한 범법 행위다. 이름조차 생소한 ‘위장 미혼’이라는 방식을 사용한 대목에서는 기가 막힐 지경이다. 이 후보자 측은 “성년 자녀의 결정 사항에 부모가 개입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궁색하다. 갑질·폭언 논란도 추가됐다. 2017년 의원실 소속 인턴 직원에게 “아이큐 한 자리냐” “널 죽이고 싶다” 등 수차례 모욕적 언사를 퍼부은 사실이 알려진 게 얼마 전이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 9일 페이스북에 공개한 녹음 파일에서 이 후보자는 격한 어조로 의원실 직원에게 “너 그렇게 똥오줌을 못 가리냐”는 등의 폭언을 쏟아냈다. 

 

이 후보자 부부는 수도권 땅과 상가에 거액을 투자하면서도 무주택자로 살았다. 이 후보자는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앞두고 “15년째 무주택자다”라며 “집 없는 설움을 톡톡히 겪고 있다”고 말했다. 전형적인 ‘서민 코스프레’ 아닌가. 그의 ‘로또 청약’  사실에 국민의 분노와 허탈감이 커졌다.  그의 자녀들은 지분을 공유한 가족 대부업체를 이용한 증여와 배당금 등을 통해 20세가 되기 전 억대 재산을 축적했다. 한 자녀는 국회의원실에서 8일간 인턴을 하고 대학 입학 원서에 활용했다는 ‘엄마 찬스’ 의혹을 받고 있다. ‘조국 사태’ 당시 ‘아빠 찬스’를 비판했던 이 후보자가 맞나.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 

 

한국갤럽(6∼8일 조사)의 이 후보자 지명 관련 질문에서는 ‘부적합’(47%) 응답이 ‘적합’(16%) 응답을 크게 앞질렀다. 이 후보자의 공직 적합 여부에 대한 국민의 평가가 끝났다고 봐야 한다. 인사청문회에 앞서 이 후보자의 부동산 투기, 비상장 주식 보유에 대한 이해충돌 소지, 자녀의 재산 증여과정 등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