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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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 정철동 “로봇·피지컬 AI는 우리 기회… ‘1등 기술’로 원가 절감할 것” [CES 2026]

입력 : 2026-01-12 10:02:00
수정 : 2026-01-11 13: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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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노이드, 차량용 P-OLED 기술로 대응 충분”
“흑자 전환 넘어 ‘지속 가능 수익’ 핵심은 AX·VD”
“8.6세대 투자, 확신 들 때 움직여도 늦지 않아”
中 추격 거세지만… “하이엔드 OLED·전장 격차”
“피지컬 AI의 등장은 당황스럽지 않습니다.”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6’ 현장에서 취재진을 만나 “이미 휴머노이드 로봇이 요구하는 디스플레이 규격이 차량용 디스플레이 규격과 유사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 LG디스플레이 제공

정 사장은 로봇 시장이 어떤 방으로 성장해도 LG디스플레이의 솔루션이 통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지금 느끼기엔 로보틱스 업체들이 아직 디스플레이 인터페이스 구현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 같다”며 “차량용 시장에서 쌓아온 노하우와 기술력으로 향후 로보틱스 관련 새롭게 생겨날 고객 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이번 CES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정 사장은 “로봇은 자동차처럼 신뢰성이 중요하고, 곡면 디자인을 구현해야 한다”며 “우리는 휘어지기 쉬운 플라스틱 OLED(P-OLED) 기술을 이미 확보하고 있어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피지컬 AI 로봇 기술을 우리 디스플레이 생산 공정에 도입해 활용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LG디스플레이 모델이 ‘33인치 차량용 슬라이더블 OLED’ 패널을 소개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제공

■“‘흔들리지 않는 수익’ 구조 안착”

 

정 사장은 이날 로봇 시장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올해 경영 화두로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와 ‘기술 중심 회사로의 체질 개선’을 제시했다. 지난해 전사적인 노력 끝에 실적 턴어라운드(흑자 전환)에 성공했는데, 올해는 외부 환경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기초 체력을 기르겠다는 의지다.

 

정 사장은 “업황이 너무 빨리 바뀌고 있어 섣불리 예측하기 불가능한 시대가 도래했다”며 “시황을 예측하기보다는 어떤 외부 환경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경쟁력을 스스로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기적인 수익을 위한 계획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안정적 수익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이며 그 해답은 결국 압도적인 기술력”이라고 말했다.

 

■‘원가 혁신’ 가속…“저가 재료 안 써”

 

수익성 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으로는 ‘인공지능 전환(AX)’과 ‘가상 설계(VD)’를 꼽았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를 AX 원년으로 선포하고 전 사업 영역에 AI를 도입해 연간 2000억원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둔 바 있다.

 

정 사장은 “패널 개발 시 10가지 테스트를 해야 했다면, VD 시뮬레이션을 통해 2~3가지로 줄여 개발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며 “AX와 VD의 결합이 성능 향상과 속도 개선을 가져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정 사장은 ‘기술을 통한 원가 혁신’을 강조했다. 그는 “고객들은 압도적 기술과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원한다”면서도 “단순히 싼 재료를 써서 원가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수율을 높이고 마스크 공정 수를 줄이는 등 ‘1등 기술’ 개발을 통해 원가를 절감하는 방식을 지향한다”고 명확히 했다.

 

■8.6세대 투자는 ‘숨 고르기’

 

업계 초미의 관심사였던 LG디스플레이의 IT용 8.6세대 OLED 투자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정 사장은 “투자는 경제성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고객과 제품 조합을 따져보면 아직 8.6세대 투자로 수익을 낼 수 있는 타이밍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실제로 투자를 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시장 규모 수준은 기존 6세대 라인으로도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며 무리한 확장보다는 내실을 다지겠다는 뜻을 비쳤다. 다만 미래 준비를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OLED 신기술 및 인프라 확보를 위해 1조3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한 바 있다. 정 사장은 “재무 상황이 개선되면서 필요한 곳에는 적기에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며 “설비 투자는 집행 후 1년 반에서 2년 후 가시화되므로 적절한 타이밍을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LG디스플레이 모델들이 신기술 ‘프라이머리 RGB 탠덤 2.0’을 적용한 OLED TV 패널 신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제공

■中 맹추격 경계… “하이엔드 기술 격차로 따돌려야”

 

정 사장은 이번 CES 현장에서 체감한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의 추격에 대해 위기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중국 업체들이 OLED를 따라잡기 위해 액정표시장치(LCD)의 화질과 원가 측면에서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음을 느꼈다”며 “경쟁이 정말 치열해졌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정 사장은 기술 난도가 높은 대형 및 소형 OLED 분야의 초격차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대형과 소형 OLED는 고난도 기술력과 노하우가 필요해 중국이 쉽게 따라오기 어렵다”며 “기술 차별화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이 분야에서 경쟁력을 더 키우겠다”고 밝혔다.

 

TV 시장의 침체에 대해서는 프리미엄 전략으로 돌파구를 찾는다. 정 사장은 “OLED TV 패널은 LCD보다 공정이 복잡하고 가격이 높지만, 프리미엄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가격을 낮춘 제품을 개발해 고객사들의 선택 폭을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 비용 절감 돕는 전장 기술

 

전장(자동차 전자·전기 장치) 사업에서는 고객사의 비용 절감을 돕는 기술을 선보였다. 정 사장은 이번 CES 부스에 전시된 ‘듀얼뷰’ 기술을 언급하며 “두 개의 디스플레이를 하나로 대체할 수 있는 기술로, 고객사 입장에서는 비용적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고 소개했다. 또 CES 기간 중 소니혼다모빌리티 등 주요 고객사와 미팅을 가졌음을 시사하며 “티어 2 업체로서 고객사와 직접 소통하기 어려운데, CES에서 직접 제품을 보여주고 소통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2026년은 AX 기반의 구조 혁신을 통해 기술과 원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어떤 시장 환경에서도 이익을 낼 수 있는 단단한 회사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