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반정부 시위 유혈 사태를 명분 삼아 정권을 무너뜨릴 다양한 공격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이란 정부는 과거에도 수차례 반정부 시위를 잠재웠지만 이번 시위는 구조적 측면에서 과거 시위와 다른 데다 외부 압력까지 겹치면서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47년간 이어온 신정체제가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13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댄 케인 합참의장 등 고위 참모진으로부터 이란 당국의 시위 강경 진압에 대응할 각종 방안을 보고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 군사·민간시설을 목표로 한 사이버 공격이나 온라인 반정부 여론 확산 지원, 경제 제재 확대, 군사 타격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우주항공 기업인 스페이스X가 운영하는 인공위성 인터넷망 스타링크 단말기를 이란에 보내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지난해 12월28일 리알화 가치 폭락을 계기로 시작해 2주를 넘긴 이란 반정부 시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9년 대통령 선거 부정 의혹 항의, 2019년 유가 인상 항의, 2022년 히잡 단속 항의 등 2000년대 들어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만 해도 수차례다. 과거 시위 구호는 당연히 정권 비판과 퇴진이었지만 주로 기존 체제를 고치거나 특정 인물·정책을 바꾸자는 맥락이 강했을 뿐 체제를 ‘전복’하자는 요구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시위는 이전과 달리 발화점이 화폐 가치 폭락과 고물가 같은 생존의 문제였다는 점에서 단순한 정권 비판을 넘어 체제 붕괴로 연결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참여 계층이 상인층 위주에서 청년, 중산층 등으로 저변이 넓어졌다는 점도 파급력을 키운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입지도 어느 때보다 약해졌다는 분석이다. WSJ는 지난해 6월 이스라엘과 미국이 이란 나탄즈·포르도·이스파한 핵시설을 공습한 ‘12일 전쟁’이 결정적 계기였다고 분석했다. WSJ는 “정권이 경제적 번영은 주지 못하더라도 국민의 안전은 지켜 줄 것이라는 이란 국민의 믿음이 깨졌다”고 설명했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히잡을 벗고 얼굴을 드러낸 여성이 거리에서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사진을 태워 담뱃불로 사용하는 사진이 확산하는 것도 체제 약화를 보여준다. 외신은 최고지도자 사진 훼손은 체제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며, 여성이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벗는 것도 중범죄에 해당한다며 해당 장면은 반정부 저항의 상징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 중앙정보국(CIA) 선임 중동 애널리스트로 근무했던 윌리엄 어셔는 블룸버그통신에 “정권은 지금 매우 험난한 상황에 놓여 있고, 그 주된 원인은 경제”라며 “정권이 다시 통제력을 회복할 가능성은 좁고 그렇게 할 수 있는 수단도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현재로써는 이란 반정부 시위가 언제까지 지속할지, 체제 붕괴가 곧바로 안정으로 이어질지 불투명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미국도 군사 개입의 수위와 시점을 신중히 저울질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차기 권력 구도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소수민족 간 무력 충돌과 안보 공백이 겹치면 사태가 내전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