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중수청 수사 범위 확대 ‘제2 검찰청’ 논란… 입법 진통 예고 [공소청·중수청법 정부안 발표]

입력 : 2026-01-12 18:06:54
수정 : 2026-01-12 23:16:54
폰트 크게 폰트 작게
법안 주요 내용 보니

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마약 등
중수청 수사 대상 예상보다 늘고
검찰과 유사한 이원화 체계 채택
수사관에 사법관 전직 허용 논란
공소청 무리한 기소 땐 고과 반영

추진단, 2월 법안 국회에 제출
법조계 일각 ‘개혁취지 퇴색’ 지적

정부가 검찰청 폐지 후 신설될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법안을 12일 내놓으면서 ‘수사·기소 분리’의 뼈대는 구축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중수청의 수사 범위가 예상보다 확대된 데다 검찰처럼 법률가·비법률가의 이원화 조직 구조를 채택하기로 하면서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개혁의 취지가 퇴색됐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조직 개편 후속 입법 과정에서 최대 쟁점으로 부상한 공소청 검사의 보완수사권 문제 역시 결론이 나지 않아 당분간 진통이 이어질 전망이다.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은 12일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신설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의 직접 수사 범위를 9대 중대 범죄로 규정하는 내용을 담은 중수청·공소청 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모습. 연합뉴스

◆“제2의 검찰청” 논란… 선 그은 정부

 

이날 공개된 정부의 중수청 법안에 따르면 중수청의 수사 대상은 기존 검찰이 맡았던 부패와 경제 범죄 외에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 참사, 마약, 내란·외환 등 국가보호, 사이버 범죄까지 아우르는 일명 ‘9대 중대범죄’로 범위가 늘었다.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은 “지능적·조직적인 화이트칼라 범죄를 중심으로, 사회적 파급 효과가 크거나 국민 일상에 미치는 영향이 큰 범죄를 수사 대상으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중수청은 공소청이나 다른 수사기관 소속 공무원이 저지른 범죄와 개별 법령에 따라 중수청에 고발된 사건도 수사할 수 있다. 법안에는 중수청이 수사를 개시하면 공소청 검사에 통보하도록 하되 수사의 공정성·효율성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는 등 경우에는 통보를 유예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수사 범위 확대뿐만 아니라 중수청이 검찰청처럼 이원화 체계로 운영된다는 점을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중수청은 변호사 자격을 가진 ‘수사사법관’과 1∼9급 ‘전문수사관’으로 구성될 예정인데, 이는 ‘검사’와 ‘수사관’으로 나뉘는 검찰청과 유사한 구조다. 검찰이 축척해 온 수사 역량이 사장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해 법리 검토를 전담하는 수사사법관을 두겠다는 취지다. 지난해 대검찰청의 자체 조사 결과 공소청 근무 희망자가 77%로, 중수청 근무 희망자(6.1%)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던 점을 고려한 조치로도 풀이된다. 검찰에서 수사 경험을 쌓은 검사들의 이동을 유도하기 위한 ‘유인책’이란 해석이다.

그러나 해당 정부안이 발표된 직후부터 공소청 검사와 중수청 수사사법관 사이의 동질성으로 인한 ‘카르텔화’ 우려와 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의 우수 인력 유치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비판 등이 잇따랐다. 변호사 자격이 없는 전문수사관의 수사사법관 전직을 허용한 점도 전문성 담보 측면에서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추진단은 “‘제2의 검찰청’, ‘법조 카르텔’이 형성될 것이라는 우려는 사실과 다르다”며 “검사가 중수청 수사사법관으로 이동할 경우 면직하고 새로 채용하는 방식을 택해 신분 보장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으며, 전문수사관의 전직을 가능하게 해 다양한 인재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열린 구도로 설계했다”고 반박했다.

국무총리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장인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이 12일 정부서울청사 창성별관에서 열린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법안 입법예고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제공

◆보완수사권 놓고 갑론을박 이어질 듯

 

기소·공소 유지 전담기관이 될 공소청 법안에선 검사에 대한 통제 장치가 대폭 강화됐다. 검사의 무리한 기소를 막기 위해 근무성적 평정기준에 항고·재항고와 재정 신청 인용률, 그 사유, 무죄 판결률과 그 사유를 반영하도록 했다. 검사의 정당·정치단체 가입, 결성, 가입 지원 또는 방해 행위를 금지하고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 정지에 처하겠다는 규정도 신설했다.

 

당초 ‘공소청장’으로 변경이 검토됐던 공소청 수장의 명칭은 현행대로 ‘검찰총장’을 쓴다. 헌법 89조에 “검찰총장의 임명은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명시돼 있는 만큼, 위헌 논란을 피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공소청 검사의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는 결론이 나지 않으면서 한동안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노혜원 추진단 부단장은 보완수사권 문제에 대해 “앞으로 형사소송법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논의를 거칠 것”이라며 “두 조직이 10월에 출범하는 만큼, 올해 상반기에는 (보완수사권 관련) 정부안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법 시행일을 기준으로 기존에 검찰이 수사하던 사건들은 원칙적으로 다른 수사기관에 이송된다. 다만 공소시효가 임박하거나 사건 성질상 불가피한 경우 공소청이 수사를 마무리하되, 6개월 이내에 종결토록 했다.

 

추진단은 다음달 초 법안 국회 제출과 같은 달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추진단장인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은 “(의견을) 모으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며 “형사소송법을 비롯한 하위법령 (마련), 중수청·공소청이 들어서게 되면 필요한 조직 구성, 설계, 인력 배분, 시스템을 갖추는 등 후속 작업에 갈 길이 멀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