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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민주당 떠나라?…李 대통령 뜻일까요 [오상도의 경기유랑]

입력 : 2026-01-13 08:00:00
수정 : 2026-01-13 11:3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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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선거 앞두고 달아오른 與 경선…염태영 ‘경기도형 新기본사회’ 발표 직전 충돌
“기회소득 민주당의 길 아냐” 염태영, 김동연에 강한 견제구…사실관계 놓고 ‘뒷말’
與 ‘기본사회 철학’ 중심으로 세력 재편…‘포용·통합’ 강조 DJ·노무현의 길과 달라
대세론 굳어지기 前 판 흔들기?…탈당 요구에 金 측 “오히려 염태영이 李 정책 반대”
어제 동지가 오늘은 적…‘정치는 生物’ 金 지사 탈당해 삼자구도 되면 與 승리 어려워

‘정치판에는 영원한 동지나 적이 없다.’ 

 

6월 지방선거를 불과 5개월여 남기고 의미심장한 이 문장이 다시 머릿속에 각인됐습니다. 김동연 경기지사를 향해 “더불어민주당과 어색한 동행을 멈추라”고 비판한 염태영 민주당 의원의 글 덕분입니다. 염 의원은 1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같은 내용의 글을 올렸습니다.

 

3선 수원시장 출신인 염 의원은 지역에 적잖은 영향력을 끼쳐왔습니다. 지난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수원시 5개 선거구를 민주당이 ‘싹쓸이’하는데 힘을 보탰기에 그의 글은 더 뇌리에 꽂혔습니다.

김동연 경기지사가 2024년 6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시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와 대화하며 걷고 있다. 연합뉴스

염 의원은 김 지사의 민선 8기 경기도정 출범을 앞두고 도지사직 공동인수위원장을 맡았고, 이후 경제부지사로 구원 등판했습니다. 주요 정책을 두고는 김 지사와 머리를 맞댔습니다. 이런 염 의원이 김 지사의 대표정책인 ‘기회소득’을 작심 비판하며 사실상 탈당을 요구하자 김 지사는 더 아팠을 겁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이제 넘지 말아야 할 한계인 ‘마지노선’을 넘은 것으로 보입니다. 둘 중 한 명은 쓰러져야 끝나는 ‘치킨게임’으로 돌변한 겁니다.

 

‘김동연의 부지사’였던 염 의원은 올 6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군 중 한 명입니다. 김 지사가 잇따라 여론조사에서 1위를 수성하며 당심(黨心) 혹은 명심(明心)의 낙점만 받으면 재선 고지를 밟을 것처럼 보이는 상황에서 ‘판 흔들기’가 이뤄진 셈이죠. 뼈 아픈 일격입니다.

 

김 지사는 강력한 경쟁자인 6선 추미애 의원을 비롯해 한준호·염태영·김병주 의원, 양기대 전 광명시장과 이달 8일까지 경기일보, 중부일보,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등이 의뢰한 13차례 여론조사에서 12차례나 수위를 지켰습니다. 이 중 9번은 오차범위(±3.5%포인트) 밖으로 격차가 났습니다(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 SNS에 이명박·박근혜 함께 찍은 사진 올려…“민주당과 어색한 동행 멈춰라”

 

이제 염 의원의 SNS 글을 살펴보려 합니다. 보수진영의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옆에 나란히 서 있는 과거 경제 관료 시절의 김 지사 사진이 눈에 띕니다. 김 지사는 이명박 정부 때 기획재정부 2차관, 박근혜 정부에선 국무조정실장으로 일했습니다.

 

이 글에는 단순히 정쟁을 벗어나 염 의원 개인의 신념이 담긴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어느 부분은 사실과 괴리됐다는 얘기가 돌면서 뒷말 역시 무성합니다.

 

‘기회소득은 민주당의 길이 아닙니다’라는 제목의 글은 지난해 말 도의회 예산심의 과정의 파장을 묘사하며 화두를 던집니다. 염 의원은 도의회 심의에서 ‘청년기본소득’ 예산 614억원이 전액 삭감된 데 대해 “김 지사는 침묵했고, 자신의 역점 사업인 기회소득 예산 증액에만 총력을 기울였다”고 주장했습니다. 치열하게 싸워 청년기본소득을 지킨 건 민주당 도의원들이라고 덧붙였죠.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나란히 선 경제 관료 시절 김동연 지사의 사진이 실린 염태영 의원 페이스북. SNS 캡처

또 “김 지사는 취임 직후부터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의 핵심 정책인 ‘기본사회’를 지워왔다”며 “기본사회 연구조직을 폐지하고, 기본사회 정책을 기회소득으로 바꿨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김 지사가) 2024년 9월, 민생을 살리기 위한 민주당의 ‘전 국민 25만원 지원’ 정책에도 반대했다”며 “복지는 국가가 베푸는 시혜가 아니라, 모든 국민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다. 그런데 김 지사는 관료가 등급을 매겨 선별하는 과거의 ‘시혜적 복지’로 퇴행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염 의원은 “김 지사께서 민주당과 생각이 다른 건 존중한다”고 했습니다. 다음 표현부터는 마음속 깊은 곳을 찌릅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의 핵심 가치와 철학을 훼손하는 건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민주당과 김 지사의 어색한 동행을 멈추고, 이제는 각자의 길을 가는 것이 맞지 않겠나? 어차피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다르고, 가치와 철학이 다른데 무엇 때문에 억지로 발을 맞춰야 하는지 의문이다. 그것이 도민을 위한 현명한 선택이다.”

 

당내 지역·정치기반이 취약한, 그래서 지난해 대선 경선 당시 어느 도의원의 지지도 받지 못했던 김 지사를 향해 사실상 탈당을 요구한 겁니다. 6월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 경선을 앞두고 누구보다 당내 지지가 절실했던 김 지사 측은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죠.

 

◆ 與 도의원들 치열하게 싸워?…사퇴한 도지사 비서실장이 예산심의 살려

 

김 지사 측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예산심의 과정에 앞서 도의회와 홍역을 치른 탓입니다. 도 집행부는 도의회 민주당의 지원사격을 받지 못한 채 이른바 ‘대통령 예산’, ‘도지사 예산’을 삭감하겠다고 벼르는 도의회 야당의 움직임에 애를 먹었습니다. 결국, 공무원노조와 보조를 맞춰 ‘성희롱 혐의’ 도의회 운영위원장의 행정사무감사를 거부했던 도지사 비서실장만 옷을 벗고 나갔습니다. 그렇게 가까스로 예산심의가 정상화된 것이죠. 

 

양비론을 펼치며 국민의힘 소속 운영위원장과 비서실장 동시 퇴진을 요구했던 민주당 도의원들은 침묵하고 있습니다. 

2024년 7월 전남 신안군 하의도의 김대중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김동연 지사. 경기도 제공
김동연 경기지사가 지난해 2월 광주시 무등산 문빈정사 ‘노무현의 길’ 앞에서 노란 스카프를 두른 채 노 전 대통령 관련 서적을 들고 연설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김동연 경기지사가 지난해 2월 5·18민주묘역을 방문해 작성한 방명록. 경기도 제공

김 지사 측 관계자는 염 의원의 글이 사실관계가 다르다고 답했습니다. 김 지사는 이명박·박근혜 정권 외에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 경제 관료로 요직을 맡아 일했습니다.

 

세월호 사건 직후 박근혜 정부의 대응에 반발해 국무조정실장을 박차고 나온 건 널리 알려진 일화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부총리로 일한 뒤 윤석열 정부에선 총리직을 간접 제안받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만큼 보수·중도·진보를 가리지 않는 스펙트럼이 강점이자 약점입니다. 진보진영의 열렬한 지지가 부족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2024년 10월 문재인 전 대통령(앞줄 가운데)과 부인 김정숙 여사(앞줄 오른쪽)가 경기도청을 방문해 김동연 지사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4년 10월 수원컨벤션센터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동연 경기지사, 국회의원, 전직 국무위원 등이 10·4 남북정상선언 17주년 기념식 촬영을 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청년기본소득 예산 복원 과정에선 김 지사가 고영인 경제부지사를 민주당 경기도당과 소통하게 하며, 안팎으로 비상을 걸고 복원작업에 착수했다는 게 김 지사 측 설명입니다. 예산심의에 앞서 김 지사는 ‘이재명 정부의 제1국정동반자’를 표명하며 거액의 청년기본소득 614억원을 예산에 편성하기도 했습니다.

 

김 지사가 2024년 9월 전 국민 25만원 지원 정책에 반대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당시 민생을 돌보기 위해 ‘슈퍼 추경’을 가장 먼저 제안했다는 겁니다. 지난해 전 국민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당시에도 추가경정예산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자 즉각 환영입장을 표했습니다.

 

그러면서 염 의원이 코로나19가 활개 치던 2020년 수원시장 시절, 재난지원금을 반대하는 듯한 입장을 밝혔다고 주장했죠.

 

염 의원에게 다른 의도나 노림수는 없었을 것이라 봅니다. 환경운동에 투신했다가 정치권에 발을 디딘 염 의원인 만큼 남다른 정치 행보를 걸어왔기 때문입니다.

 

다만, 지난 8일 염 의원의 SNS에 올라온 글에 이목이 쏠립니다. 이재명 대통령 부부와 나란히 우산을 받치고 선 염 의원은 “비가 오면 우산이 되어 주는 나라, 기본사회로 갑시다”라고 말합니다. 

 

그는 “이 대통령이 말하는 ‘기본사회’는 모든 국민이 소득, 주거, 교통, 의료, 교육 등 기본적인 삶의 영역에서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국가가 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것은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누려야 할 마땅한 권리”라고 강조합니다.

이재명 대통령 부부(오른쪽)와 함께 우산을 쓴 채 서 있는 사진이 실린 염태영 민주당 의원의 페이스북. SNS 캡처

◆ 金 지사 훼손 ‘민주당 핵심가치’는 기본사회?…김대중·노무현의 길 달라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수원시장 시절부터 이 대통령과 기본사회 철학을 깊이 공유하며, ‘무상급식’과 ‘휴먼주택’ 등 다양한 기본사회 정책을 실행했다. 지난 대선 때는 ‘후보 직속의 기본사회위원회 총괄수석부위원장’과 ‘경기도 기본사회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지금도 ‘경기도형 신(新) 기본사회’의 비전과 대안을 치열하게 만들고 있다. 조만간 그 구체적 내용을 밝히겠다. 30여년의 여정 끝에 도착한 기본사회. 결코 후퇴할 수 없다. 이제 국가가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책임질 때다.”

 

도지사 후보 출마에 앞서 이 대통령의 기본사회 철학을 강조한 겁니다. 

 

김 지사가 훼손했다는 민주당의 핵심가치와 철학 역시 기본사회로 추정됩니다. 

 

민주당의 전통을 얘기할 때 흔히 거론되는 김대중(DJ) 정신은 ‘제3의 길’로 압축됩니다. 그는 신자유주의를 배격하는 진보진영 대통령이었지만 경제 번영과 민주주의를 동시에 추구했습니다. 시장의 효율과 복지의 형평을 동시에 추구하면서 유지·발전시킨다는 걸 기본 정책 노선으로 삼았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어땠습니까. 주한미군 철수 등 임기 중 미 행정부와 적잖은 갈등을 빚으며 불안감을 키웠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타결하며 미래를 내다보는 시야만큼은 정확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지지기반인 노조·농민단체의 거센 반발을 샀지만 백년대계를 내세우며 이를 관철했고, 국내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끼쳤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통합·포용의 정신이었습니다. 6월 선거를 앞두고 기본사회가 당의 철학으로 확고히 자리 잡고, 더는 토론이나 논쟁이 금지된다면 민주당의 전통이나 민주주의 정신과 배치됩니다.

 

‘기본사회 노선에 어긋난다’며 탈당하라는 요구 역시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대선 과정에서 이 대통령과 합의를 거쳐 입당한 인사라면 마땅히 이 대통령과 합의해 나가는 것이 순리일 겁니다. 주변에서 이를 강요할 순 없습니다. 

 

정치구도 역시 고려해야 합니다. 김 지사의 성격상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탈당한 김 지사가 무소속 출마를 감행한다면 민주당은 경기도에서 낙승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

 

가상의 시나리오를 떠올려 봅니다. 5선 도전을 앞둔 오세훈 서울시장과 3선 도전을 앞둔 유정복 인천시장이 수도권에서 국민의힘 유력 후보로 버틴다면 경기도는 그나마 여당이 손쉽게 챙길 수 있는 수도권 광역지자체로 남습니다. 

 

이곳이 삼자 구도로 분할되면 경기도에서 민주당의 승리 역시 물 건너갈 가능성이 큽니다.

 

이번 충돌이 6월 지방선거를 앞둔 민주당 내 도지사 후보군 간 알력(軋轢)이 아니길 간절히 바랍니다. 침착하고 차분하게 ‘민주당다운’ 경선으로 이어지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