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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평가절하 폭, 2020년 이후 주요 통화 중 4번째로 높아

입력 : 2026-01-13 11:45:00
수정 : 2026-01-13 11:4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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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투자 증가, 기대 심리 때문”

2020년 이후 원화의 평가절하 폭이 주요 21개국 통화 중 네 번째로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주요국 대부분이 이 기간 환율이 하락한 것과 대조적으로 원화 가치는 급락했던 셈이다. 이런 원·달러 환율의 급등은 달러 강세라는 글로벌 요인에다 최근 해외증권 투자가 급등한 점, 환율 상승세 지속에 따른 ‘쏠림효과’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고령화 등 인구구조를 감안하면 앞으로도 ‘해외 투자 확대→달러 수요 증가’로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외환당국이 일관된 대응으로 경제주체의 신뢰를 확보하는 가운데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제도·구조를 정비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사진=연합뉴스

13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펴낸 ‘최근 환율 추세에 대한 분석과 시사점’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2021년을 기점으로 급등세를 보이며 구조적으로 오른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2000~2020년 원·달러 환율 평균은 1128.9원이었지만, 환율이 본격적으로 급등세를 보이기 시작한 2021년 이후부터 2025년까지는 평균 1304.9원으로 176.0원(15.6%) 상승했다. 변동성도 확대됐다. 원·달러 환율이 하루에 10원 이상 변동됐던 일수 비중은 2010~2019년 6.46%에 그쳤지만 2021년 이후에는 11.63%로 약 1.8배 증가했다.

 

원화 가치 하락 추세는 다른 통화와 비교해도 속도가 빠르다. 2024년 이후 원화의 누적 환율 변동률은 10.64%로 선진국 통화(-2.12%), 신흥국 통화(-0.12%), 아시아 국가 통화(-0.35%)의 변동률을 크게 상회했다. 2020년 이후 원·달러 환율은 누적 기준 25.7% 올랐는데, 이는 주요 21개 통화 중 일본 엔화, 브라질 헤알화, 인도 루피화에 이어 네 번째로 높은 수준이었다.

 

원·달러 환율이 이렇게 크게 출렁이는 이유는 달러 강세라는 글로벌 요인에다 대외투자 확대라는 국내 고유의 요인이 작용한 결과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2020년 이후를 기준으로 보면 글로벌 요인 중 달러인덱스(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의 평균 가치를 지수화한 지표)와 원화가 동조되는 경향이 강했다. 실제 달러인덱스의 기여율은 2020년 이후 평균 15.6%로 2011~2019년 평균(4.6%) 대비 11%포인트 정도 상승했다. KIEP는 “2020년 이후 달러인덱스는 증가율이 커질수록 원·달러 환율 상승폭이 확대됐지만, 대외불확실성을 나타내는 VIX 지수와 한미 금리차는 환율 변동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문제는 2025년 초 이후 달러인덱스가 크게 하락한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일시적으로 하락한 이후 반등하는 모습을 보여 양자 간 괴리가 확대됐다는 점이다. KIEP는 이런 현상의 배경에 국내 거주자의 해외 포트폴리오 투자 확대가 자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0년부터 2025년말까지 우리나라 해외증권 투자(누적)는 26.0% 증가하고, 원·달러 환율은 98.5% 상승해 해외증권 투자 확대와 원·달러 환율 상승 간 뚜렷한 동행성이 확인됐다. 분석결과 대내외 투자 요인 중 거주자의 해외증권 투자의 원·달러 환율 변동에 대한 기여율은 2020년 이후 평균 35.9%로 2011~2019년 평균(19.8%) 대비 16.1%포인트 상승했다. KIEP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해외증권 투자가 1%포인트 증가할 때 월간 원·달러 환율 상승률이 약 0.2%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최근 환율 상승세가 장기화함에 따라 환율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강화된 점도 원화 가치를 하락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KIEP는 전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KIEP는 최근 환율 급등이 환율 상승 기대 확산이 수급 쏠림을 증폭시키는 자기강화적 메커니즘이 작동한 측면이 있다면서 단기적으로 급격한 변동과 쏠림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달러인덱스와 괴리되는 과도한 쏠림 국면에서는 외환당국이 기대심리를 안정시키기 위해 필요할 경우 한시적 변동성 완화 조치 등으로 시장 기능을 회복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KIEP는 다만 우리의 인구구조, 미국의 성장우위 등 구조적으로 당분간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어 중장기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KIEP는 “고령화 등 인구구조를 감안하면 가계·연기금의 해외자산 선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글로벌 측면에서도 대외 불확실성이 재확대되거나 인공지능(AI) 산업 등을 중심으로 미국의 성장 우위가 지속될 경우 달러 강세 국면이 재개될 소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KIEP는 이에 “중장기적으로 환율은 국가경쟁력과 대외건전성을 반영하는 만큼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을 강화하고 원활한 자본흐름이 작동하도록 제도와 구조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면서 “규제 완화와 경쟁 촉진, 시장친화적 제도·인프라 구축을 통해 안정적인 투자 환경을 조성하고 첨단산업·서비스·컨텐츠·친환경 에너지 등으로 성장 주력산업을 다변화해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