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미국 내 통화정책을 수립·집행하고,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유지하는 중앙은행이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기준금리를 조정하고, 금융시장 감독과 달러 발행 및 관리가 주요 임무다. 연준의 결정은 단순히 미 경제에만 영향을 주는 게 아니다. 미 금리 변동은 글로벌 자금 흐름을 바꾸고, 각 나라의 환율과 주가, 물가 등에 연쇄적인 파급효과를 던진다. 미 연준 의장의 말 한마디는 글로벌 시장을 뒤흔들 정도로 구두 개입력이 막강하다. ‘세계의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이유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프린스턴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조지타운대 로스쿨에서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파월이 연준 이사로 첫발을 디딘 건 2012년 5월 버락 오바마 민주당 정권에서다. 공화당원임에도 능력만 본 인사다. 그는 당시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의 무제한 양적완화(돈 풀기)에 정면으로 맞섰다. 인플레이션 우려를 부각해 월가의 회사채 전문가들의 의견을 구해 연판장을 만들었다. 결국 연준은 백기 투항했다. 양적 완화 대신 테이퍼링(자금회수)으로 돌아섰고, 파월의 입지는 단단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파월의 관계는 출발이 좋았다. 그를 연준 의장에 임명한 것도 2018년 대통령에 당선된 트럼프다. 40년 만에 ‘비경제학자’ 연준 의장 타이틀도 얻었다. 하지만 파월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자 관계가 삐걱대기 시작했다. 트럼프의 재선 실패로 악연이 끝난 듯했지만, 47대 대통령으로 복귀하면서 악몽은 다시 시작됐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연방 정부 부채와 부동산 시장 부담 경감을 위해 금리 인하를 줄기차게 압박했다. 파월을 향해 ‘Mr. Too Late’, ‘시장 흐름을 읽지 못하는 무능한 관료’라는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5월 퇴임을 앞둔 파월을 향한 연방 정부의 강제 수사가 시작됐다. 법무부가 연준 청사 리모델링과 관련해 파월에게 대배심 소환장을 보낸 것이다. 파월은 “굴복하지 않겠다”는 성명으로 맞섰다. 법치주의 훼손이라는 전직 연준 의장들의 비난이 쏟아졌고, 공화당 내에서도 연준의 독립성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트럼프와 파월의 악연을 보면 여전히 세상은 요지경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