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대표 체제에서 새로 구성된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어제 새벽 한동훈 전 대표를 ‘당원게시판(당게) 여론 조작’을 이유로 전격 제명했다. 이에 장 대표는 “윤리위 결정을 뒤집고 다른 해결을 모색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윤리위 결정 수용 방침을 확인했다. 한 전 대표는 “(저를) 허위조작으로 제명했다. 또 다른 계엄이 선포된 것”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보수 진영이 공멸의 위기에 처한 엄중한 시국에 국민의힘이 극한 대치와 심리적 분당사태로 치달으며 국민의 실망과 우려는 극에 달하고 있다.
이번 제명 의결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윤리위는 “(게시물 내용이) 당의 명예와 이익에 심각한 피해를 줬다”고 지적했으나 그 근거가 대단히 빈약하다. 2024년 11월 당시에는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았던 익명의 게시물이 전임 대표에게 ‘정치적 사형’에 해당하는 제명 처분을 내릴 정도로 심각한 해당 행위인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한 전 대표가 명의가 도용됐다고 주장한 해당 계정을 실제 이용했는지도 확인하지 못했다. 윤리위는 당초 ‘한동훈’이라는 이름으로 게시된 글과 관련해 한 전 대표가 작성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가 이후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한다고 정정했다. 이번 결정이 ‘졸속 정치심판’이었음을 자인하는 꼴이다.
한 전 대표는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앞장섰던 인물이다. 그리고 보수 진영 내에서 비상계엄 반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찬성 목소리를 꾸준히 내왔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중도층의 탄핵 찬성률은 70%에 달하는 상황을 고려할 때 그에 대한 축출 시도는 민심의 지지를 얻기 어렵다. 당 지도부가 한 전 대표를 밀어내려는 것은 당내 주도권 장악을 위한 정치적 숙청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한 전 대표를 당에서 내친다고 해서 국민의힘이 직면한 위기가 해소될 리 만무하다. 오히려 이번 사태는 합리적 중도층 이탈을 가속화하고, 보수를 고립된 섬으로 만들어 국민의힘의 외연을 축소하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다. 한 전 대표가 강력 반발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의 내분은 법정 공방으로 이어져 더욱 파괴적인 양상을 띨 것이 자명하다. 지금 국민의힘이 해야 할 일은 둘로 갈라져 사생결단식의 대결을 벌이는 게 아니다. 무너진 보수정치를 재건하고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다. 지금이라도 당장 자해·뺄셈 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국민의힘은 수습 불가능한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