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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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미 의회의 쿠팡 비호, 자국 정보 유출도 봐줄 건가

입력 : 2026-01-14 22:49:34
수정 : 2026-01-14 22:4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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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회 일각에서 쿠팡의 대규모 정보 유출에 책임을 물으려는 한국 정부와 국회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국 기업에 대한 부당한 차별’이라는 것이다. 미 하원 세입위원회 무역소위의 에이드리언 스미스 위원장(공화)은 13일(현지시간) ‘해외 디지털 규제 동향’ 청문회에서 “한국 규제당국은 이미 미국의 기술 리더를 공격적으로 표적 삼고 있는 것 같다. 쿠팡에 대한 차별적인 규제 조치가 한 사례”라고 주장했다.

 

쿠팡은 최대 3370만개에 달하는 고객 계정의 민감한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태로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 소비자들이 피해자다. 그런데 이런 사실엔 눈 감고 미국 차별이란 논리를 폈다. 미국 기업도 개인정보를 유출하면 철저한 조사와 엄중한 처벌을 피할 수 없다. 미국 소비자의 정보를 대규모로 유출한 미국 국내 기업도 봐줄 건가. 미 의회의 편향적 시각은 쿠팡 한국 법인의 모회사로 미국에 상장된 쿠팡Inc를 비호하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그 배후에 쿠팡의 로비가 있었다는 의구심이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쿠팡 사태가 미 의회로 번진 데는 우리 정부·여당이 자초한 측면도 있다. 이날 청문회에서 캐럴 밀러 하원의원(공화)은 한국 국회가 미국 기업을 겨냥한 입법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면서 최근 국회를 거쳐 국무회의까지 통과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을 “검열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최근 두 명의 미국 경영인을 상대로 정치적 마녀사냥을 시작했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해럴드 로저스 쿠팡 한국 임시 대표와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에 대한 수사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여권이 위헌 소지가 있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강행한 것을 기화로 쿠팡 사태에 대한 적법한 조사와 수사까지 통상 문제화하고 있는 형국이다.

 

문제의 개정안은 거대 플랫폼 사업자에게 허위·조작정보 삭제 같은 법적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데, 플랫폼 사업자 대부분은 구글·메타·쿠팡 등 미국 빅테크(거대기술기업)이다. 우리 정부는 모든 나라 기업에 동등하게 디지털 규제를 적용해온 만큼 차별이 없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미 의회의 인식을 돌리기에는 힘들어 보인다는 게 현지 전언이다. 밀러 의원은 작년 5월 한국이 미국 플랫폼 기업을 부당하게 규제하면 미국 정부가 무역법 301조 조사 등을 통해 개입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통상 분쟁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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