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강선우 의원에 이어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경찰 압수수색을 받으면서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의혹의 당사자로서 책임감 있게 수사에 임해야 할 국회의원들이 핵심 증거 확보를 방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4일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이날 7시간에 걸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 의원의 주거지와 국회 및 지역 사무실 등 6곳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김 의원의 배우자 이모씨와 차남, 김 의원 측근으로 꼽히는 이지희 동작구의원이 포함됐다.
경찰은 김 의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았지만 비밀번호는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휴대전화 기종이 아이폰이라 당사자가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으면 포렌식이 어려울 수 있다.
이번 압수수색은 김 의원이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전직 동작구의원 2명으로부터 각각 1000만원과 2000만원을 받았다가 돌려준 의혹과 관련된 것이다. 탄원서에 따르면 이씨는 2020년 1월쯤 동작구 자택에서 2000만원을 받았다가 6월 쇼핑백에 담아 반환했고, 이 구의원은 같은 해 3월 동작구청 주차장에서 1000만원을 받았다가 3개월 뒤 김 의원 사무실에서 돌려줬다.
경찰은 이날 김 의원의 각종 비위 의혹을 최초로 제기한 전직 보좌진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5일에 이어 추가 조사다. 그는 조사실에 들어서며 취재진에게 “지금 받는 범죄 혐의 대부분이 사실”이라며 “충분히 입증될 수 있도록 잘 설명하고 오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전직 보좌진 조사 과정에서 김 의원의 차남 아파트에 비밀금고가 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이를 확인했으나 금고는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15일 김경 서울시의원에 대한 2차 소환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경찰은 11일 미국에서 귀국한 김 시의원을 3시간30분 동안 조사한 뒤 추가 소환조사 일정을 조율해 왔다. 김 시의원은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강선우 의원에게 공천헌금 1억원을 건넨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2차 조사에서 김 시의원이 제출한 자수서 내용의 진위를 따질 방침이다. 김 시의원이 제출한 자수서에는 2022년 한 카페에서 1억원을 건넬 때 강 의원과 강 의원의 전 사무국장 남모씨가 함께 있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강 의원이 ‘돈을 직접 받은 적 없고 나중에 알았다’는 주장과 배치된다. 남씨는 현금을 보관하거나 중개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김 의원은 공천헌금 의혹 외에도 차남의 숭실대 편입 및 취업 청탁, 배우자의 동작구의회 업무추진비 사적 유용, 경찰 수사 무마, 대한항공 숙박권 수수, 쿠팡 대표와의 고급 식사 등 12가지 의혹을 받고 있다. 13일 기준 경찰에 접수된 고발은 23건이다.
경찰은 확보한 압수물 분석을 마친 후 김 의원을 소환해 조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른 의혹들을 수사하기 위한 추가 압수수색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