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원 순직 사건 핵심 피의자였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주호주대사로 임명해 해외로 도피시키려 했다는 의혹으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이 첫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했다.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은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조형우) 심리로 열린 윤 전 대통령과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심우정 전 법무부 차관, 장호진 전 외교부 1차관,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의 범인도피 등 혐의 사건 첫 공판준비기일에 “피고인은 이종섭을 호주대사로 임명한 사실은 있지만 그 외 출국금지 해제 조치나 인사 검증에 관여한 바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재판에 앞서 피고인과 검찰 양측의 입장을 확인하고 향후 심리 계획 등을 정리하는 절차다. 공판과 달리 피고인 출석 의무는 없어 윤 전 대통령을 비롯한 피고인들은 출석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은 이어 “세세한 것은 밑에서 알아서 할 일이지, 대통령에게까지 보고가 안 되고 관련자들과 상의한 일도 전혀 없다”며 채해병 특별검사팀(특검 이명현)의 공소사실을 부인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윤 전 대통령 측은 기초적인 사실관계보다는 법적 평가를 다툰다는 입장이라 사실관계를 다투는 피고인들이 있다면 분리해 증인신문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도 냈다.
조 전 실장 측은 “체류지가 특정된 외교관을 임명하는 행위가 법리적으로 범죄가 성립하는지조차 논란”이라며 “나아가 피고인은 대통령의 공관장 임명(의사)을 전달하는 것 외에 후속 조치에 관여한 적이 없다”고 했다. 나머지 피고인 측도 대통령의 인사에 따른 지시를 수행했을 뿐, 범인 도피를 위해 공모한 바 없다는 취지로 모두 무죄를 주장했다.
재판부는 법무부 장·차관의 이 전 장관 출국금지 해제와 관련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선 누구에게 어떤 압력을 가했다는 것인지 분명히 해달라고 특검팀에 요구했다. 재판부는 “직권남용은 판례도 많은데, 유죄 본 사례가 있느냐”며 “비슷한 케이스를 참고했는지, 무죄가 많이 나오는 거 아느냐”고 특검팀에 물었다.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다음 달 11일 오후 3시 열린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에 필요한 증인과 신문 계획을 확정할 계획이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은 채모 상병 사망 넉 달 뒤인 2023년 11월 채상병 순직 수사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였던 이 전 장관을 호주로 도피시키고자 대사 임명을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자신까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대상이 될 것을 우려해 이를 차단하고자 이 전 장관의 대사 임명을 추진했다고 판단했다.
윤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대통령실과 외교부, 법무부는 이 전 장관의 대사 임명과 출국 과정에 조직적으로 관여했다고 특검팀은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