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최근 원화 가치 하락에 대해 “한국의 강력한 펀더멘털과는 부합하지 않는다”, “외환시장에서 과도한 변동성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했다고 미 재무부가 14일(현지시간) 밝혔다. 베선트 장관의 메시지는 구윤철 경제부총리와의 면담 이틀 만에 나왔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어제 기준금리를 5연속 연 2.50%로 동결한 것도 1500원선에 근접하는 원·달러 환율 탓이 크다. 미 재무장관의 한국 통화가치와 관련한 ‘구두개입’은 그 자체로도 이례적이다.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베선트의 발언으로 15일 서울 외환시장 환율은 야간 거래(새벽 2시)에서 전일 종가(1477.5원) 대비 13.5원 떨어진 1464.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안심은 금물이다. 어제 정규 시장에서 환율은 야간 거래 하락분을 상당 부분 상쇄하고, 전날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에서 7.8원 내린 1469.7원에 마감됐다. 금통위 이후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 추후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언급이 사라진 대목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환율 상승이 기준금리 동결에 결정적 원인임을 부정하진 못한다”고 밝혔다. 환율 급등에 따른 물가 불안과 집값 상승 등도 금리 인하를 못 한 이유로 보인다. 금리 인하 사이클 종료의 신호탄이라면 환율 방어를 위한 정책 수단 하나가 사라진 셈이다.
미국의 우려는 과도한 환율 변동이 한·미 관세 협상에서 합의한 한국 정부의 3500억달러(512조원) 규모 대미 투자 이행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실리적 이유가 크다. 사실상 한국 정부에 대한 책임 있는 대응을 경고한 것과 같다. 지난해 말 당국 개입으로 환율이 급락했지만 5대 은행에서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13일까지 개인의 달러 ‘사재기’가 급증했다고 한다. 여전히 시장이 믿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금리 동결과 고환율 장기화는 가계부채 등 서민부담을 가중시킨다. 금리를 내리지 못하면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딜레마에 빠진다. 고환율은 우리 경제의 구조적 취약점을 노출한 것이다. 국세청과 관세청까지 나서 ‘기업 털기’에 나서는 건 대증요법일 뿐이다. 일정 부분 당국의 개입도 필요하지만 너무 잦으면 효과가 떨어진다. 해법은 투자심리를 살리는 정공법뿐이다. 규제 해소와 구조개혁을 통한 성장 잠재력 확충, 경제 체질 개선이 원화 가치를 끌어올리는 지름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