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피자헛 본사가 가맹점주들에게 받아온 차액가맹금 200억원을 반환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가맹본부가 가맹점으로부터 차액가맹금을 받으려면 그에 관련된 구체적 합의가 필요한데, 피자헛 본사와 가맹점주 사이에 합의가 없었다는 원심 판단을 대법원이 유지한 것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다른 브랜드 가맹점주들이 낸 비슷한 소송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15일 한국피자헛 가맹점주 94명이 본사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차액가맹금은 가맹본부가 점주들에게 원·부자재를 공급하며 받는 일종의 유통 마진이다. 한국피자헛을 비롯한 국내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가맹점 매출액의 일정 비율 또는 일정액을 로열티로 받기보다 이 차액가맹금을 받아 수익을 내는 경우가 더 많다.
피자헛 가맹점주들은 본사가 총수입의 6%에 해당하는 고정수수료(로열티)를 받으면서도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차액가맹금을 중복해 받았다며 2020년 12월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차액가맹금에 대해 “가맹점주가 영업활동 관련 가맹본부로부터 공급받은 상품이나 재료에 대해 가맹본부에 지급하는 돈 중 적정한 도매가격을 넘는 대가”라며 가맹사업법상 ‘가맹금’에 포함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가맹본부가 차액가맹금을 수령하는 경우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사이에 그 수령에 관해 구체적인 의사의 합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피자헛 가맹본부와 점주들 간 가맹계약에 따라 차액가맹금 부과 대상인 원·부재료에 관한 물품공급계약이 성립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피자헛 본사가 차액가맹금 관련 사항을 가맹계약서에 기재할 의무가 없다거나 점주들과 차액가맹금 지급에 관한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는 취지로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은 “가맹점주와 가맹본부 사이에 가맹점주에게 불리한 내용의 묵시적 합의 성립을 인정하는 건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묵시적 합의 성립 사실을 인정하려면 가맹본부와 점주 사이의 사회·경제적 지위, 가맹계약 체결 경위와 전체적 내용, 충분한 정보 제공 여부, 가맹사업자가 입는 불이익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법리를 재확인한 것이다.
앞서 1심은 피자헛 정보공개서에 따라 차액가맹금 비율이 특정된 2019∼2020년분 총 75억원을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1심은 피자헛 가맹계약에 차액가맹금 형태로 가맹금을 지급하기로 한 명시적 조항이 존재하지 않는 점, 점주들이 매월 물품 대금을 납부했으나 인보이스(송장)에 납품 물건 가격에 일정 차액이 붙어있단 내용이 들어있지 않은 점을 들어 차액가맹금에 관한 합의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다른 피자 가맹본부 역시 차액가맹금을 수령한다는 피자헛 측 주장도 “쟁점은 차액가맹금 수령 여부 자체가 아니라 차액가맹금을 수령할 근거가 각 가맹계약에 존재하는지 여부”라며 배척했다.
2심은 2016∼2018년, 2021∼2022년분 차액가맹금에 대해서도 점주들 청구를 받아들여 피자헛이 총 215억원을 반환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정보가 공개되지 않은 2016∼2018년 차액가맹금 비율은 2019년 기준으로 추정한 수치를 적용했다.
2심 재판부는 ‘가맹사업법령상 차액가맹금이 가맹금의 하나로 인정되므로 법률상 근거가 있다’는 피자헛 측 주장에 대해 “차액가맹금 형태로 가맹금을 지급받기로 합의하는 것이 법률상 인정되는지 여부와 차액가맹금을 지급받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는지 여부는 별개의 문제”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원심의 부당이득 산정이 불합리하다거나 공평과 정의의 이념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며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앞서 피자헛 1·2심 소송에서 법원이 가맹점주들 일부 승소 판결을 하자 bhc치킨, 교촌치킨, BBQ치킨, 배스킨라빈스, 투썸플레이스, 롯데슈퍼·롯데프레시 등 10개 이상의 브랜드 가맹점주들도 비슷한 소송을 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이러한 소송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한국피자헛은 이날 선고 직후 입장문을 내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하며, 이번 사안의 결과를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번 판결로 관련 소송절차는 종료됐으며, 회사는 회생절차 및 관계 법령, 법원의 감독 아래 판결의 취지와 내용을 성실히 반영하기 위한 후속 조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