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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하 꿈 깨라” 한은의 변심…국고채 금리 일제히 연중 최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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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

 

금융통화위원회가 시장의 기대에 매서운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발톱을 드러냈다. 한국은행이 향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던 문구를 공식 의결문에서 전격 삭제하면서, 그간 ‘언젠가 내리겠지’라며 숨죽였던 채권 시장은 즉각 요동쳤다.

 

15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9.4bp(1bp=0.01%포인트) 급등한 연 3.090%로 장을 마쳤다. 10년물 역시 7.5bp 오른 연 3.493%를 기록했다. 2년물부터 50년물까지 모든 구간의 금리가 일제히 상승하며 전 구간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시장을 뒤흔든 발단은 금통위의 ‘말 한마디’였다. 한은은 이날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하며 5회 연속 동결 행진을 이어갔다. 금리 숫자 자체는 예상대로였지만, 진짜 폭탄은 의결문에 숨어 있었다. 그동안 정책 방향을 제시하던 문구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이라는 표현이 아예 사라진 것이다. 이는 한은이 당분간 금리를 내릴 생각이 없음을 넘어, 상황에 따라서는 ‘인상’ 카드까지 검토할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로 해석됐다.

 

실제로 금통위원들의 속내도 이전보다 훨씬 단호해졌다. 위원 6명 중 5명이 향후 3개월 뒤에도 금리를 현 수준인 연 2.50%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긴축 기조를 공고히 했다. 지난 11월 회의보다 동결 의견이 2명이나 늘어난 수치다. 시장이 기대했던 ‘조기 금리 인하’의 희망이 한순간에 꺾인 셈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시장의 기대를 더 직접적으로 타격했다. 이 총재는 최근의 금리 상승세에 대해 “금리가 올랐다기보다는 과도한 인하 기대로 너무 낮게 형성됐던 금리가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시장이 앞서나가며 터뜨렸던 ‘금리 인하 샴페인’을 당분간 치우라는 노골적인 시그널이다. 특히 그는 “인상을 말한 것은 아니지만 인하가 계속될 것이 아니라는 신호를 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금통위가 예상치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매서웠다고 입을 모은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제 시장은 금리 인하가 아니라 인상 시점을 가격에 반영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직면했다”며 “이러한 공포가 채권 가격을 끌어내리고 금리를 폭등시킨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 역시 “한은이 채권시장 안정보다는 외환 시장 등 대외 변수를 더 중요하게 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며 금리 상승세가 당분간 용인될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금리 인하 사이클’이 사실상 종료되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대출 금리와 시중 금리에도 하방 압력보다는 상방 압력이 거세질 전망이다. 한은의 ‘변심’이 확인된 만큼, 예금이나 대출을 이용하는 금융 소비자들의 재테크 전략 수정도 불가피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