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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위에 성역 없다는 원칙 확인한 尹 첫 선고 [논설실의 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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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체포영장 집행 방해 단죄
헌법 수호 대통령 의무 경시 질타
윤 측, 반성없이 ‘통치 행위’ 강변

법원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체포영장 집행 방해(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징역 5년 형을 선고했다. 12·3 비상계엄 관련 윤 전 대통령의 8개 재판 가운데 사법부의 첫 법적 판단으로, 지난해 7월 19일 내란특검이 이 혐의로 윤 전 대통령을 재구속해 기소한 지 181일 만이다. 이날 선고된 5년형은 앞서 내란특검팀이 윤 전 대통령에게 구형한 징역 10년형의 절반에 해당한다. 구형량이 줄긴 했으나 헌정 질서를 무너뜨리려 한 데 대한 사법적 단죄인 동시에, 법 위에 성역이 없다는 원칙을 확인한 선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재판부는 그동안 공수처 체포영장 집행 방해, 국무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국무위원 9명의 계엄 심의·의결권 침해, 계엄 선포문을 사후에 허위로 작성한 뒤 폐기, 허위 내용이 담긴 외신 공보 지시,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등의 비화폰(보안처리된 전화) 통신기록 삭제 지시 등 크게 5가지 혐의에 대한 심리를 진행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마지막까지 모든 혐의를 부인했지만,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사필귀정이다.

 

체포 방해 혐의에 대해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수사기관의 적법한 영장 집행을 저지하거나 증거를 인멸하려고 시도하며, 일신의 안위와 사적인 이익을 위해 대한민국에 충성하는 경호처 공무원을 사실상 사병화한 것”이라며 “중대범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국무위원 심의·의결권 침해에 대해서도 “대통령으로서 누구보다 헌법을 수호하고 법질서를 준수할 의무가 있는데도 도리어 헌법 등이 정한 절차적 요건 경시하는 태도를 보였으므로 이는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짚었다. “피고인의 범행으로 인해 훼손된 법치주의를 바로 세울 필요가 있는 점을 보면 상응하는 엄중 처벌이 필요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허위 내용이 담긴 외신 공보 지시에 대한 무혐의 판결을 빼곤 내란특검이 제시한 윤 전 대통령 혐의를 대부분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선고를 마친 뒤 “판결은 반드시 재검토돼야 한다”며 “당연히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는 “유죄 판결 논리 그대로 유지된다면 향후 어떤 대통령도 위기 상황에서 결단 내릴 수 없게 된다”며 “통치 행위를 언제든지 범죄로 하는 판단은 법치 완성으로 볼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날 선고는 법원이 방송사의 중계 신청을 허가함에 따라 TV 등으로 생중계됐다. 전직 대통령의 재판 생중계는 박근혜 전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 사건에 이어 세 번째다. 부끄럽고 참담한 심경이다. 윤 전 대통령은 12·3 계엄의 명분으로 종북 반국가 세력 척결을 내세웠지만, 보수 진영의 분열만 자초한 꼴이 됐다. 윤 전 대통령은 법리 공방에 앞서 위헌·위법한 계엄사태로 나라와 국민에게 끼친 피해와 상처에 대해 하루속히 사과하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다. 윤 전 대통령은 올 상반기 내내 재판을 받게 된다. 더 늦어져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