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향후 5년간의 외교 지침을 담은 전략 문서에서 미국의 주권 확보를 최우선 목표로 제시하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외국 정부의 활동에 반대한다는 원칙을 공식화했다.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입법을 추진하는 국가에 비자·금융 제재를 불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미 국무부가 15일(현지시간) 공개한 ‘2026∼2030회계연도 전략계획(Agency Strategic Plan)’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국가 주권 강화‘를 핵심으로 하는 6대 외교 전략 방향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최우선 과제로 제시된 ‘국가 주권’ 항목에서 국무부는 “모든 미국인이 외국의 간섭 없이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는 원칙을 명시했다.
구체적으로 “미국 정부는 신이 부여한 미국 국민의 자연권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며 “여기에는 표현의 자유, 종교와 양심의 자유, 공동 정부를 선택하고 영향력을 행사할 권리가 포함된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외국 정부와 국제기구들은 이 같은 권리에 제한을 가하는 법률과 규정을 만들고 있다”면서 “이런 법률들은 미국 기업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국내외의 미국인을 표적으로 삼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외국 정부들이 자국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표현의 자유에 제한을 가해왔는데 이는 미국이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며, 기술·미디어 기업에 대해 운영 조건을 강제하거나 벌금을 부과하는 사례 등을 문제 삼았다.
문서에서 특정 국가가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최근 트럼프 행정부와 의회 일각에서는 한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 동맹의 디지털 장벽을 겨냥한 강도 높은 문제 제기가 이어져 왔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연말 국회를 통과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허위조작정보근절법)과 현재 입법이 추진 중인 온라인플랫폼법안을 두고 미국 정치권에서 검열과 미국 기업 차별이라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앞서 국무부는 지난달 31일 한국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해 “미국 기반 온라인 플랫폼(기업)의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표현의 자유를 약화하는 개정안을 승인한 데 중대한 우려를 갖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지난 13일 미 하원 세입위원회 무역소위 청문회에서도 에이드리언 스미스 위원장(공화당)은 “한국이 미국 기업들을 명백하게 겨냥하는 입법 노력을 계속 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온라인플랫폼법안에 대해서도 미 하원 세출위원회는 2026회계연도 세출법안 보고서에서 미국 기술기업들을 표적 삼아 중국 경쟁사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국무부는 EU에 대해서도 ‘빅테크 규제’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EU 전현직 고위 인사 5명의 신규 비자 발급과 입국을 제한한 바 있다.
국무부는 이날 전략계획에서 “외국 정부, 국제기구, 비정부기구(NGO), 활동가 단체들이 자국 내에서 미국인을 검열하려는 시도에 반대한다”며 “비자 및 금융 제재를 포함한 모든 적절한 수단을 동원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외국 정부의 검열이나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 움직임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며,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제재를 가하겠다는 원칙을 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정 사안에 단발적 대응을 넘어 5개년 장기 전략으로 제재 가능성을 명문화했다는 점에서 향후 우리 정부의 대응도 한층 더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