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경제의 ‘달러 편식’이 외환시장의 기초 체력을 압도하는 위험 수준에 도달했다는 국제기구의 공식 경고가 나왔다. 서학개미와 연기금의 해외 투자가 늘어나는 사이 정작 환율 충격을 받아내야 할 국내 외환시장의 방파제는 상대적으로 낮아졌다는 지적이다.
18일 국제통화기금(IMF)이 발간한 ‘글로벌 금융안정보고서(GFSR)’를 보면 한국의 ‘외환시장 규모 대비 환노출 달러자산’ 배율은 약 25배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월간 외환 거래량이라는 시장의 ‘그릇’에 비해 환율 변동에 그대로 노출된 달러 자산이라는 ‘물량’이 지나치게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지표는 특정 국가의 외환시장이 외부 충격을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보여주는 핵심 척도로 활용된다. 한국의 25배는 주요국 중에서도 최상위권에 해당한다. 대만이 약 45배로 조사 대상국 중 가장 높았으며 한국은 캐나다나 노르웨이 등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반면 일본은 자산 절대 규모는 우리보다 크지만 외환시장 거래량이 압도적이어서 배율은 20배를 밑돌았다. 독일이나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은 한 자릿수 배율에 그쳐 한국과 대조를 이뤘다. 사실상 한국과 대만 같은 비기축통화국에 경각심을 요구하는 수치인 셈이다.
IMF가 특히 주목한 리스크는 시장 위기 시 발생하는 ‘환헤지 쏠림(Rush to hedge)’ 현상이다. 환율이 급격히 변동할 조짐이 보이면 달러 자산을 보유한 투자자들은 손실을 막기 위해 일제히 선물환 매도 계약에 나선다.
문제는 한국처럼 외환시장의 깊이가 얕은 비기축통화국에서는 이러한 매도세가 단기간에 집중될 경우 시장이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환율 변동성이 증폭된다는 점이다. 달러 선물환 매도가 동시에 발생하면 시장의 변동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현재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보관 금액이 1000억 달러를 넘어선 상황에서 대다수 개인이 환헤지를 하지 않은 ‘환노출’ 상태라는 점도 거시경제적 부담을 키우는 요소다. 고환율 국면에서 이들이 자산 방어를 위해 한꺼번에 헤지에 참여할 경우 외환 당국의 미세 조정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거대한 하방 압력이 시장에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국민연금이 환율 변동 리스크 관리를 위해 ‘전략적 환헤지’를 본격화한 것은 이러한 구조적 취약성을 선제적으로 방어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정부 역시 개인투자자들의 환리스크가 시장 전체의 위기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개인용 선물환 매도 상품’ 출시를 공식화했다.
개인이 특정 환율에 달러를 팔기로 계약하면 은행이 이를 받아 시장에 달러 현물을 공급하게 함으로써 개인의 자산 보호와 외환시장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