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의 한동훈 전 대표 제명 처분 이후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달은 친한(친한동훈)계와 당권파의 갈등이 중대 국면을 맞았다. 장동혁 대표가 단식 투쟁에 들어간 이후 한 전 대표가 첫 메시지로 당원게시판 논란에 대해 사과하면서 장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어떤 정치적 해법을 택할지 관심이 쏠린다.
한 전 대표는 1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영상을 통해 “송구한 마음”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당원게시판 논란을 직접 언급하는 대신 논란 이후 불거진 당의 혼란 상황에 전직 대표이자 정치인으로서 책임을 인정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내놨다.
한 전 대표가 사과 메시지를 공개한 것은 1년 넘게 이어져 온 논란에 대해 당사자가 물꼬를 터야 한다는 당 안팎의 요구가 거센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일 의원총회에서 다수 의원들이 내홍 수습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일부 의원들은 한 전 대표의 책임 있는 입장 표명 이후 장 대표가 정치적 결단으로 징계를 철회하는 방식의 중재안을 주장한 바 있다. 단순 서면 입장 대신 한 전 대표가 직접 영상을 통해 유감 표명을 한 것도 이번 논란을 그만큼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당내에서는 한 전 대표의 사과를 놓고 반응이 엇갈렸다. 친한계는 한 전 대표의 메시지를 계기로 장 대표가 화답에 나서줄 것으로 기대하는 기류다. 친한계 박정훈 의원은 SNS에 한 전 대표가 올린 영상을 공유하며 “진심을 담은 사과에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며 “당무감사와 윤리위 징계 과정에 상상하기도 힘든 불법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용기를 내주신 한 전 대표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 결단이 당을 정상화하는 데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친한계 재선 의원도 통화에서 “이제 사태를 수습할지, 계속 이어갈 것인지는 장 대표와 지도부로 공이 넘어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장 대표의 단식 현장을 찾았다가 기자들과 만나 “입장을 정리하는 게 쉬운 상황은 아니었기 때문에 당의 화합을 위한 하나의 바탕이 마련되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반면 당권파를 비롯한 옛 친윤(친윤석열)계는 구체적인 책임은 인정하지 않고 자기방어만 담긴 사과라고 혹평했다. 김민수 최고위원은 “기대한 적은 없지만, 사과는커녕 끝까지 ‘조작된 탄압’이라는 주장만 반복하고 있다”며 “공개 검증도 피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은 “(한 전 대표의 사과문에는) 무엇을 잘못했는지, 어디까지 인정하는지 중요한 내용은 하나도 없다”며 “여론이 불리하니 사과하는 척은 해야겠고, 잘못을 인정하기는 싫고, 그야말로 금쪽이 같은 모습”이라고 평가절하했다.
한 전 대표는 여전히 재심 청구는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징계안은 이르면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최종 의결될 예정인 가운데 일각에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단식 현장에 방문하거나 단식 지지 의사를 표명하는 등 추가 메시지를 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