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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프로 없는데 팔았다”…신한자산운용 등 6곳 ‘불법 공매도’ 40억 과징금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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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프로 18억·삼성전자 109억 규모 무차입 공매도 적발
금융위원회 전경. 뉴스1

 

금융당국이 ‘불법 공매도와의 전쟁’에서 칼을 빼 들었다. 그동안 “솜방망이 처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왔던 소액 과징금 수준을 벗어나 이번에는 국내외 자산운용사들을 대상으로 수십억 원대의 대규모 과징금을 한꺼번에 쏟아냈다.

 

19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에 따르면 공매도 규제를 위반한 신한자산운용과 외국계 금융사 등 6개 법인에 총 39억 70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지난해 3월 공매도가 재개된 이후 수천만원 수준의 제재는 있었지만 이처럼 수십억 원 단위의 과징금이 한꺼번에 부과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국내 대형사인 신한자산운용이다. 이들은 2023년 3월 실제로 소유하지도 않은 에코프로 주식 5000주(약 18억 5331만원 상당)를 매도 주문했다가 덜미를 잡혔다. 주가가 떨어질 것을 예상하고 미리 판 뒤 나중에 사서 갚으려 했으나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파는’ 무차입 공매도 금지 원칙을 어긴 것이다. 이 대가로 신한자산운용은 3억 7060만원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해외 기관들에 대한 처벌 수위는 더 높았다. 노르웨이의 파레토증권은 삼성전자 보통주 17만 8879주(약 109억 1409만원 상당)를 무차입 공매도했다가 이번 제재 대상 중 가장 많은 22억 626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외에도 캐나다 앨버타 인베스트먼트 5억 4690만원, 미국 인베스코 캐피털 5억 3230만원, 노던트러스트 홍콩 1억 4170만원과 싱가포르 GIC 1억 2060만원 등 글로벌 큰손들이 줄줄이 제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금융당국이 제재받은 법인의 실명을 홈페이지에 투명하게 공개하기로 하면서 이들은 금전적 손실뿐만 아니라 ‘불법 거래 기관’이라는 평판 하락까지 감수하게 됐다.

 

이러한 제재는 단순한 일회성 처분이 아니다. 금융당국이 2023년 말부터 대대적으로 벌였던 글로벌 투자은행(IB) 전수 조사의 결과물이다. 특히 정부는 공매도 전면 재개 이후 ‘무차입 공매도 실시간 적발 시스템(NSDS)’을 본격 가동하며 감시망을 촘촘히 하고 있다. 

 

공매도 규제는 우리 증시의 숙원인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한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공매도가 완전히 열려야 지수 편입에 유리하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법 행위를 잡지 못하면 국내 투자자들의 거센 반발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불법 공매도에 대해 사상 유례없는 엄정 대응 기조를 유지하면서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자본시장의 투명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불법 공매도는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중대 범죄”라며 “앞으로도 위반 사례가 발견되면 예외 없이 엄중 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